조선 마지막 왕손 이구의 삶 ‘벙커’로 조명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데뷔 이후 역사ㆍ사회적 현상에 대한 비판적 통찰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조형적 실험으로 고유의 예술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 ‘이불’의 네 번째 국내 개인전이 마련, 오는 11월 4일까지 서울특별시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작가는 국외에서 주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색깔의 보여주며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운 작품인 ‘비아 네가티바(Via Negativa, 2012)’를 포함한 대규모 설치작품 4점과 2012년 모리미술관 회고전 이후 새롭게 구성된 ‘스튜디오’ 섹션을 선보인다.
특히 스튜디오 섹션에서 선보이는 드로잉과 모형 220여 점은 작품을 위한 작가의 연구 흔적을 보여주며, 지난 20여 년 동안 계속된 이상과 현실에 관한 성찰의 궤적을 되짚어본다.
이 섹션을 위해 구조적으로 변형된 전시 공간은 이불의 예술세계를 재현하는 하나의 작품 ‘딜루비엄(Diluvium, 2012)’이 됐다.
대규모 설치 작품 ‘비아 네가티바’는 지적∙시각적 구조에 대한 이불의 끊임없는 탐구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전시명은 부정(不定)을 통해 신을 규정하려는 신학적 방법론에서 차용했다.
또 ‘나의 거대 서사’ 시리즈 중 ‘벙커(M. 바흐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벙커’는 작가가 재구성한 근대사를 수렴하는 구조물로, 조선의 마지막 왕손 ‘이구’의 불행한 삶을 조명한다. 이구는 해방 이후 미국에서 건축가로 활동했지만 조선 왕조 복원 사업을 위한 명분으로 박정희 정권에 의해 강제 소환돼 역사의 희생양으로 살다가 도쿄에서 삶을 마쳤다.
작가는 “이구의 삶으로 반영된 근대사는 다양한 요소로서 작용하며 ‘벙커’의 구조적 형태와 공명으로 재구성되고, 작품 속에서 관객에 의해 발생한 소리와 융합된다. 이는 역사와 현재, 이불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교차하는 이번 전시에 방점을 찍는다”고 설명했다.
전시 기간 동안 1일 4회 전시안내자의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며, 작가와의 대화도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불 작가의 이번 전시는 2013년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 뮤담(MUDAM)과 2014년 영국 버밍엄 아이콘 갤러리(Ikon Gallery)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