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이례적으로 1면(왼쪽)을 경제소식만으로 채우고 2면(오른쪽)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동정소식을 전했다. 노동신문은 그동안 최고지도자의 동정소식을 주로 1면에 실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1면은 온통 경제소식…`김정은 축전'은 2면에

(서울=연합뉴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8일 이례적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관련된 소식보다 경제 뉴스를 앞세우는 파격을 선보였다.

노동신문 이날 1면을 `일심단결의 위력으로 대고조진군을 더욱 힘차게 다그치자'는 제목으로 황해제철연합기업소, 김책제철연합기업소, 평안북도 동림과수농장, 각지 탄광의 수해복구 상황, 수력발전소 성과 등을 다룬 기사 5건으로 채웠다.

반면 바레인 국왕,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 등 각국 지도자 10명이 북한의 정권 창건 64주년(9월9일)을 기념해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보낸 축전 관련 기사는 2면 상단에 배치했다.

노동신문은 올해 경제 소식의 비중을 강화하고 있지만 최고지도자와 관련된 축전이나 선물 전달 등의 소식을 제치고 1면을 경제 소식으로 완전히 채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7월14일 1면에서 황남청년제염소 완공을 선전하는 등 1면에서 경제 소식만 전한 적이 수차례 있었지만 당일 신문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동정 소식이 아예 없었다.

노동신문은 그동안 최고지도자의 군부대 및 경제분야 시찰 등 각종 동정 소식을 주로 1면에 배치해왔다.

지난 15일 1면에 시리아 대통령이 김 제1위원장이 보낸 답전을 소개했다. 또 그 사흘 전인 지난 12일에는 김 제1위원장이 시리아 대통령에게 생일 축전을 보낸 소식과 방북한 중국 출판관계자 대표단이 김 제1위원장에게 선물을 올렸다는 소식이 나란히 1면에 실렸다.

노동신문이 경제 소식을 1면에 대대적으로 내세운 것은 북한 당국이 민심을 잡기 위해 경제 발전에 신경 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매체에서 최근 과학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각종 경제 성과를 선전하는 빈도가 부쩍 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노동신문은 지난 15일 사설에서 "인민군대는 올해를 인민을 위한 해로 정하고 정초부터 인민의 행복을 위해 헌신적 투쟁을 벌였다"고 소개하는 등 군대의 경제적 역할을 부각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오는 25일 예정된 최고인민회의에서 새로운 경제관련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사전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매체가 최근 경제와 민생을 부각하면서 국제정세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최고인민회의에서 예상되는 경제개선 조치에 관한 내부적 분위기나 여건을 조성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른 한편으로 노동신문의 경제기사 부각은 보도 방식이 실용적으로 바뀌고 있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노동신문이 최고지도자를 항상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틀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유연성을 발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과거처럼 권위에 집착하지 않고 실용성과 효율성을 도모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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