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민주당의 경선이 끝이 났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앞섰던 문재인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함으로써 국민의 여론과 경선결과가 다르지 않음을 증명했다.
후보 등록시점의 전후를 보면 문재인 후보가 여타 후보에 비해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면서 문재인 후보의 승리가 점쳐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 후보들이 승리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은 바로 국민경선제라는 제도의 문제였다고 본다.

국민경선제를 실시하면 여론조사의 열세를 만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경선후보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이 있는 제도였을 것이다. 아마도 여론조사에서 후보 간의 격차가 거의 없는 박빙이었다면 국민경선에 목숨을 걸 정도로 치열했을 것이다. 국민경선제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 선거인단을 모집하고 독려하고 자금도 살포할 가능성도 없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조직표가 득세할 것이고 각 후보들은 조직적으로 선거인단을 모집해서 유리한 국민경선을 이끌려고 엄청난 노력을 했을 것이다. 이런 우려를 낳게 한 사건이 있었다. 양경숙 라디오 21의 대표라는 사람이 공천헌금으로 받은 돈을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에 썼다는 검찰의 발표가 있었다. 이해찬 대표가 선출된 당 대표선거에도 개입하고 박지원이 선출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도 영향력을 미쳤다고 하니 조직적인 돈 선거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돈 선거뿐만 아니라 조직의 표가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 미권스라는 조직은 20만 이상의 회원들이 있는데 이들이 모바일 경선에 몇 명이 참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상당수가 참여해서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 특정 직능단체에서 민주당 경선에 집중적으로 관여했다는 것도 알려지고 있다. 이런 조직표가 국민경선에 관여한다면 국민경선이 국민의 여론을 반영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서 민주당의 경선후보들은 알고 있었으며 심각한 경선중립을 해치는 것으로 간주하고 당에 시정을 요구한 바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경선의 취지만 강조하고 중립성이나 편파선거에 대한 우려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선거인단의 문제점은 후보선택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90%가 모바일 선거인단이고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10%라면 정당의 후보선택의 권리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또 비밀선거의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 모바일 투표이다. 모바일투표는 공개투표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어느 특정조직이 한자리에 모여 일시적으로 투표를 한다고 가정해보면 공개투표와 다름없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회원수가 10만에서 수십만에 이르는 조직이 특정후보를 지지하려고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왜곡할 수 있는 것이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모바일 선거의 문제점인 것이다.

지역별, 연령별로 인구편차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위로 원하는 사람에게는 투표권을 주는 이런 제도가 민의를 반영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특정인에게 편파적인 이득을 주기에 알맞은 제도라고 본다. 전북의 선거인단이 9만 5천여 명이고 부산의 선거인단이 4만 3천여 명이고 광주·전남이 13만 9천여 명이고 대구·경북이 3만여 명인 선거인단이 제대로 된 인구편차에 의한 선거라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연령대별 선거인단의 통계도 없는 것으로 보아 민주당의 국민경선은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 경선이 여론조사의 결과대로 끝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본다. 민주당의 국민경선제도는 앞으로 없어져야 할 제도로 확인된 것이다. 마치 완전국민경선이 최선의 선거방식이라고 오도해 온 민주당 지도부는 향후에 경선방식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완전국민경선제하의 모바일투표가 여론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적인 축제의 경선방식도 아닌 것이다.

민주당의 국민경선제가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진행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미 공정성과 당위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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