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스포츠 토토는 ‘더 나은 스포츠 환경을 위해’라는 공익광고를 제작, 방영해 국민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 광고는 2009년 초등학교 야구팀 수 1000(일본):99(한국), 2009년 남자 실업 핸드볼 팀 수 3001(독일):5(한국), 2009년 국제 규격 아이스링크 수 2007(미국):17(한국), 2009년 등록 축구클럽 수 1만 6697(이탈리아):100(한국) 등으로 우리나라 체육환경의 열악한 상황을 외국과 비교해 담았다. 스포츠 선진국들에 비해 엄청나게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선수들이 올림픽 등에서 탁월한 기량과 정신력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에 대해 찬사와 격려를 보내며 국민적인 관심을 모으고자 한 것이 이 광고의 의도였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메달 성적에서 종합 5위를 차지해 명실상부한 세계스포츠 강국임을 과시했다. 비닐하우스에 사는 어려운 가정형편을 딛고 52년 만에 체조 불모지 대한민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양학선의 쾌거는 기적같은 일이었으며,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금메달을 노리다 은메달에 머문 수영의 박태환의 선전도 열악한 수영의 현실을 생각해 볼 때 대단한 업적이었다. 수십만 명의 펜싱 동호인이 활동하는 유럽세를 물리치고 등록선수 1100명을 보유한 우리나라 펜싱이 금메달 2개를 획득한 것에 전 세계가 주목을 하기도 했다. 열악한 스포츠 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엘리트 스포츠는 강한 전력을 발휘해주었다.

하지만 엘리트 스포츠의 기적같은 드라마에 목을 매달고 언제까지 환호해야만 하는 것일까? 기적은 냉혹한 현실의 결과와는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인데, 과연 우리나라 스포츠가 계속 기적같은 일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엘리트 스포츠 이면에 가려진 우리나라 스포츠 환경의 열악한 인프라를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현안으로 체육시설의 전면적인 확대와 개선을 꼽을 수 있다. 엘리트 스포츠의 젖줄 역할을 하는 학교체육 시설은 크게 낙후돼 있는 상황이다. 달라지지 않고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을 할 뿐이다. 실내 체육관 및 수영장 등 기본적인 체육시설의 부족으로 초‧중‧고‧대학생들이 정상적인 체육활동에 참여하기가 어렵다. 학생수가 수만 명씩이나 되는 고려대, 한양대, 중앙대 등 서울 주요 사립대학에 수영장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서울 시내는 물론 전국 각급 초‧중‧고 등에도 수영장이 거의 설치돼 있지 않다. 체육시간에 옷을 갈아입을 탈의실과 땀을 씻어낼 샤워장 하나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운동선수는 학교 밖에서 운동을 하고, 학교 안에서는 운동조차 할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은 꼴이다.

2000년대 들어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며 생활체육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나 일반 생활체육시설 수용능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대체 방법으로 학교체육시설의 확대를 꼽고 있지만 막대한 예산을 이유로 정부의 행정력이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호주 등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체육활동을 강화하고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체육시설 확대에 주력한 것이 이미 수십 년 전의 일이다. 선진국들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체육의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 잘 드러난다.

얼마 전 미국 뉴욕타임스가 홍콩이 일본과 함께 세계최장수지역으로 떠오른 것은 작은 도시규모에다 기름진 중국음식을 섭취함에도 불구하고 매일 운동(태극권)을 통해 건강을 관리했기 때문이라는 보도를 했다. 실내체육관과 수영장 등 학교체육이 갖춰지면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이 운동할 공간이 넓어지고 건강을 관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생들의 학교폭력과 자살을 줄이는 등의 인성함양 등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게 체육 연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는 국민들이 운동부족으로 병들고 아파서 의료보험비로 과다한 지출이 생기게 하기보다는 평소 체육관 등에서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해 병원에 가지 않게 해 사전에 의료보험비 지출요인을 예방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배달우유를 먹는 사람보다 우유를 배달하는 이가 더 건강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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