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현대무용의 선구자 박외선 선생(1915~2011). (사진제공: 연낙재)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한국 현대무용의 선구자 박외선 선생(1915~2011)의 1주기를 기념해 무용사적 업적을 조명하는 학술세미나가 17일 오후 국내 유일의 춤자료관 연낙재(관장 성기숙)에서 진행됐다.

무용사에 남긴 업적 조명

박외선 선생의 삶과 예술세계를 탐색하는 제1부에서는 이병옥 용인대 교수의 사회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남정호 교수가 ‘예술가로서의 박외선’을, 성기숙 연낙재 관장 겸 교수가 ‘박외선의 무용사적 업적’ 등 두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어 제2부 ‘회고와 증언’의 시간에는 무용계를 대표하는 원로들이 기억 속의 박외선을 회고했다.

조동화 월간 ‘춤’의 고문은 ‘내가 본 마해송과 박외선’을 주제로 근대 문학, 예술을 이끈 두 거장을 회고했으며, 이어 육완순 한국현대무용진흥회 이사장,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 정승희 전 무용원장, 김복희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정귀인 부산대 교수 등이 스승의 모습을 회고했다. 토론에는 정의숙 성균관대 교수, 김은이 동아대 교수가 참여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박외선 선생의 아들 재미의사 마종기 시인이 기증한 미공개 영상도 처음 선보였다. 영상에는 선생의 생전 공연 모습이 담겼다.

최근 마종기 시인은 모친의 공연자료를 춤자료관 연낙재에 기증했다. 기증 자료 중에는 공연사진 이외에도 박외선 선생이 첫돌 무렵의 아들 마종기와 함께 찍은 사진을 비롯해 마해송 선생과의 결혼사진, 일본 유학 및 미국 연수 시절의 사진, 일상 모습을 담은 가족사진, 박외선 선생의 친필 원고와 70년대 초반에 집필된 신문기고문, 공연팸플릿 등도 포함, 총 50여 점에 달한다.

성기숙 교수는 “마종기 시인이 기증한 자료는 박외선 선생의 무용 활동뿐만 아니라 격동의 한국 근현대무용사의 흐름과 발전상을 살필 수 있는 희귀자료”라며 “특히 남편인 아동문학가 마해송, 그리고 시인으로 유명한 아들 마종기 등 예술 가족의 일상과 삶을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문화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순수예술 무용 정착에 이바지

박외선 선생은 경남 진영 출생으로, 여고시절 무용가 최승희의 공연에 감명받아 무용에 입문했으며,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일본인 다카다 세츠코 문하에서 발레와 현대무용을 체득하고, 동경에서 제1회 무용발표회를 하는 등 신예무용가로 급부상했다.

이후 1936년 도쿄청년회관에서 공연된 ‘만종(晩鐘)’에서 조택원의 상대역으로 출연했으며, 1937년 아동문학가이자 근대 최고의 문화지성인으로 꼽히던 마해송 선생과 결혼했다.

1953년 이후 1977년까지는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로 후학들을 양성했다. 1962년에는 현대 무용가 마사 그레이엄(Martha Graham)의 무용 기법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하기도 했다.
1963년 이화여대 무용과 창설에 산파역할을 하는 등 평생을 교육과 창작에 헌신하며 무용이 순수예술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대표작으로 김수영 시인의 ‘풀’을 모티브로 한 ‘대지의 무리들’을 비롯해 ‘고별’ ‘생명의 곡(曲)’ 등이 있다. 또 우리나라 최초의 무용 이론서인 ‘무용개론’ ‘현대무용창작론’ ‘중등 새 무용’을 펴내는 등 이론과 실기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1977년 이화여대를 정년퇴임한 후 자녀가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생활하다가 지난해 9월 시카고에서 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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