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돈 안 드는 선거, 깨끗한 선거를 위해 도입되었다는 취지로 전면적 오픈프라이머리를 표방하는 모바일 경선이 더럽혀지고 있다. 지금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는 경선 내내 모바일 투표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으며 중앙당에서는 개선할 의사도 없고 여지도 없다. 심지어 어느 경선 후보는 지지연설에서 “민주당에서 모바일 선거는 사망했다고 선언해 달라”는 말까지 나왔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위해 도입된 모바일 선거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제도 자체의 문제인가 아니면 그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문제인가?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그 속을 들여다보도록 하겠다.

우선 민주당 공천헌금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 발표를 본다면 양경숙 전 라디오21 대표가 공천헌금으로 받은 돈 가운데 약 10억 원 가량을 박지원 원내대표와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의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에 썼다고 한다. 검찰은 양 씨가 이양호 강서구청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게 10억 9000만 원, 이규섭 H세무법인 전 대표에게 18억 원, 정일수 F사 대표로부터 12억 원 등 총 40억 9000만 원의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가 있다며 양 씨 등 4명을 모두 구속기소했다. 양 씨가 받은 돈 40억 9000만 원은 크게 돈세탁 후 현금화한 6억 8000만 원 외에도 ▲20억 원은 선거홍보차량 사업 ▲4억 원은 회사 경비 ▲10억 원가량은 박 원내대표와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의 경선 지원(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에 쓰였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올 1월 전당대회에 출마한 박 원내대표가 작년 12월 양 씨를 만나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을 도와달라고 요청했으며, 양 씨는 자신이 관리하던 300명가량의 카페지기, 아르바이트생 등을 동원해 모바일 선거인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경비를 수억 원 쓴 걸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양 씨는 이 과정에서 박 원내대표 지지 호소문자를 11만 6000여 건 발송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또한 검찰에서는 양 씨가 올 6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4월쯤 이해찬 대표쪽 인사인 박모 씨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고 모바일 선거인단 4만여 명을 모으는 과정에서 수억 원을 썼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양 씨의 '모바일 선거인단 동원'이 정당법을 위반한 것인지 등에 대해선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에 넘겨 수사하겠다고 한다.

또 다른 사례는 보건의료단체의 조직적인 선거인단 참여 현상이다. 의사협회, 간호사협회, 간호조무사협회, 약사회 등이 민주통합당 국민경선 선거인단 모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의사협회장이 sns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민주통합당 선거인단 참여자 108만 명 중 보건의료인이 10만 명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실제로 이들 단체의 홈페이지에는 선거인단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심지어 지부별로 참여인원을 취합하여 보고하라는 지시까지 내려지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팬카페가 검색어 조작과 특정 후보 밀어주기를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민주통합당 정봉주 전 의원의 팬카페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에서 조직적으로 검색어를 조작하고 카페지기가 특정 경선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선언을 했음은 물론 경선에 개입하고 있다고 한다.

모바일 선거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보다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고, 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그런데 선거인단 모집을 위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씩 돈을 펑펑 쓰고, 특정 단체와 특정 세력이 회원들을 선거인단에 가입하도록 하는 행위는 분명 모바일 선거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다. 선거법 위반이나 법률적 문제를 떠나 공정해야 할 경선에 있어서 국민의 민심을 반하는 행위며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대통령 후보자가 되어야겠다는 분이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잘 이끌어 갈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필자가 묻겠다. 모바일선거에 정말 문제가 없다고 보는가? 그렇게라도 해서라도 대통령 후보자리를 차지해야 했으며 그 자리가 그리 탐나던가? 그렇게 하면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는가? 그렇게 얻은 권력으로 어디에 쓸 것인가? 전면적 오픈프라이머리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부끄러움이 없는가? 지금의 모바일선거가 새로운 조직선거로서 선거문화를 20년 이상 후퇴시킨 제도 아닌가? 양의 탈을 쓴 모바일선거는 결국 고무신 정치와 탈법 정치의 결과물은 아닌지! 정말 모바일선거를 통해 국민의 의사를 묻고자 했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 운영을 생각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필자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공정을 위한 공정인지, 공정을 내세운 편법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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