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질서’란 무엇인가? ‘질서’에 대한 정의는 각 학자마다 다르지만, 이 모든 개념에서는 질서와 변화가 어떻게 협조하는가, 그 둘을 어떻게 조화롭게 화합시킬 수 있는가, 각 정의의 조건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중시한다.

한편으로 우리는 늘 주변의 사물을, 생각과 관계를, 세상을 정리하며 질서를 잡으려고 한다. 삶은 언제나 혼란스럽고 하루하루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꽉 짜인 질서에는 오히려 숨이 막힌다. 이러한 삶의 질서와 무질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철학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 책이 던지는 명제는 바로 이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나치게 완벽한 질서를 추구하느니, 무질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자기 인생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스모스적 질서의 관념을 우리 일상생활에서 실천해야 하며 카오스와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나아가 그 카오스의 활용법을 배워야 한다는 니체의 말이 옳다면 어쩔 것인가? 어쩌면 결국엔 우리 삶에 약간의 카오스를 유지하는 것이, 카오스를 향해 선전포고를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지 모른다.”

저자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라는 존재는 그 어떤 문제도 궁극적 대답을 발견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며, 언젠가는 우리가 체계화하고 분류하고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 한마디로 정리정돈하는 것의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먼저 카오스가 진짜 문제인지를 알고, 바로 그 지점에서 ‘질서’는 어떤 장점이 있는지를 묻는다면 우리는 ‘통제력’을 되찾을지도 모른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핵심은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질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오스라는 가능성을 사랑하며 삶의 무질서를 껴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자신의 질서를 통해 내면의 확신에 이를 수 있다. 카오스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질서정연하다. 다만 우리는 보지 못할 뿐이다. 우리의 삶에 질서를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하며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저자는 “항상 놀랄 수 있는 마음의 준비,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풍요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이러한 현대의 용기를 실천하면 카오스의 한가운데에서도 삶에 질서를 부여할 수 있고 그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 찾아올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나 슈미트 지음 / 어크로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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