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희 국민대학교 교수

올림픽의 감동과 열기가 조금씩 사그라지고 있는 시점에 또다시 대한민국을 들썩이는 영예로운 기사가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바로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의 상인 황금사자상(최고작품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다. 베니스국제영화제는 프랑스의 칸국제영화제, 독일의 베를린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이며, 이들 영화제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되었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한국이 최고상을 받은 것은 피에타가 처음이다.

피에타는 이탈리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미켈란젤로의 3대 조각 작품 중 하나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조각상은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의 비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피에타의 수상만큼 주목을 받는 것은 김기덕 감독의 인생역정이다. 수상 순간 청계천에서 무거운 등짐을 지던 열다섯 시절을 떠올렸다는 그는 중졸 출신의 부족한 학벌과 가난한 삶 속에서 온갖 어려움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 성공해 우리 사회가 아직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음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자신을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열등감과 괴물로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세계 최고의 작품을 만들 수는 없다. 나는 그를 ‘실패를 먹고 자란 예술적 창조자’라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는 흔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말한다. 그는 거듭되는 실패를 통해 삶과 죽음, 인간과 신, 사랑과 예술, 죄인의 고뇌와 용서를 터득하였다. 에디슨이 전구를 개발하기 위해 2000번의 실패를 거듭하였지만, 그는 실패를 실패로 보지 않고 하나의 필라멘트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표현하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김기덕 감독은 온갖 난관과 실패를 거쳐 에디슨의 밝게 빛나는 전구 대신 피에타를 창조한 것이다. 그에게 실패는 어머니였다.

얼마 전 런던장애인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일반인의 올림픽이 아버지라면 장애인올림픽은 어머니이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 큰 실패와 장애를 딛고 일어서 인간의 도전정신과 희망을 보여준, 비록 신체능력은 일반선수에 뒤지지만 최고의 멘탈을 가진 성공한 사람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어머니의 마음으로 뜨거운 눈시울을 훔치며 그들을 사랑으로 안아주어야 한다.

스포츠선수, 예술가, 과학자 누구든 최고의 멘탈은 실패를 실패로 보지 않고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로 보는 마음이다. 실패를 통해 나에게 부족한 무언가를 배운다는 자세와 겸손, 그리고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어야 한다. 우리는 실패를 어머니로 볼 때 불안과 두려움에서 따뜻함과 포근함 그리고 조용하고 묵묵한 자신감을 얻게 된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인간의 정신은 세 번 변화한다. 먼저 낙타로 변하고 그 다음은 사자, 마지막에는 어린아이로 변한다.” 낙타는 주인이 짐을 등에 지면 아무런 비판과 저항 없이 실어 나르는 수동적인 삶의 태도를 말하며, 사자는 그 누구도 사자의 등에 짐을 올릴 수 없듯이 억압을 부정하는 자유정신을 상징한다. 마지막으로 어린아이는 단순함과 솔직함 그리고 당당함을 의미한다.

아이는 수천 번의 실패를 통해 일어서고 걷기를 배운다.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거리낌 없이 창조하고 변화를 추구한다. 마치 불교 경전에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문구와 같은 행동이다.

우리 이 시대의 최고의 멘탈은 실패에 대해 모든 걸 포용하고 감싸 안으며, 실패한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미소를 줄 수 있는 어머니 정신이다. 이를 통해 끝없이 새로움을 창조하는 당당함을 얻는 것이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선수들에게 자동차를 선물하는 이벤트를 기획하였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국민들에게 남다른 열정과 스포츠정신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준 선수에게 어머니의 역할을 현대자동차가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도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의 역할을 하는 대통령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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