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핵 안보 관련 연구소인 ISIS(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는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5월과 6월에 촬영된 북한 영변 핵시설 단지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ISIS 홈페이지의 해당 보고서를 살펴보는 모습 (자료사진). (사진출처: 연합뉴스)

작년 8월 방사성오염방지법 채택
`핵사고 위험' 지적에 대응하는 차원인 듯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사고의 위험성을 제기해온 핵시설 관리에 관한 법안을 지난해 제정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방사성오염방지법'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8월29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방사성 물질 및 핵시설의 안전관리, 방사성 폐기물 처리, 환경방사능 감시 등에 관한 법안을 채택했다.

특히 이 법안은 북한이 핵시설을 건설할 때 환경영향평가, 안정성 분석평가 등의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했다.

법안은 제3장 `핵시설의 안전관리'에서 "해당기관, 기업소는 핵시설을 건설할 경우 국토환경보호기관의 환경영향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핵시설을 건설하거나 운영하는 기관, 기업소는 핵시설의 안전성과 방사성 안전을 담보하는 핵안전성분석평가 보고서를 작성해 핵안전감독기관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방사성 피해를 막기 위해 핵시설 주변에 방사선통제구역과 방사선보호구역, 방사선감시구역을 설정하고 핵안전감독기관이 핵시설 주변의 공기, 물, 토양, 생물에 대한 방사성 오염상태 결과를 해당기관에 통보, 대책을 세우도록 했다.

법안은 핵사고나 핵폭발로 방사성 오염피해가 발생했을 때 내각 등의 기관이 특별감시조직을 꾸리고 오염지역에서 생산된 농축산물, 수산물, 식료품을 검사하는 등 비상대책을 수립할 것도 명시했다.

이와 함께 법안에는 북한이 방사성 오염방지를 위한 연구사업을 강화하고 다른 나라, 국제기구와 교류를 발전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법안은 6개 장과 50개 조로 구성됐고, 제정 배경에 대해 "방사성 오염을 막고 인민들의 생명,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데 이바지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27일 사회주의 경제강국건설과 인민생활향상 등을 위해 2011년 제정 또는 개정된 법안이 40건이나 된다며 방사성오염방지법 제정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북한의 방사성오염방지법 제정은 국제사회가 꾸준히 북한의 핵사고 가능성을 제기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5MW 실험용 원자로, 재처리 방사실험실, 핵연료가공공장 등의 핵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영변에 새롭게 건설 중인 경수로는 건물 외형이 상당 부분 완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한 핵시설에서 노후와 안전대책 미흡 등에 따른 방사능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미국 핵과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지난해 12월 북한의 경수로 원자로 건설과 관련해 "기술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원자로다. 사고 위험성이 가장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사고 이후 이런 우려는 더욱 커졌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경수로 건설 등 북한 내 핵안전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진 상황을 감안해 법안을 제정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장기적으로는 `평화적인 핵이용'이라고 주장하며 관련 권리를 행사하는데 필요한 법제를 마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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