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인혁당, 국민·역사의 판단에 맡기자”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역사인식 논란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1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에 출연해 유신과 인혁당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평가가 있기 때문에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박 후보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과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악연으로 얽힌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방문하는 등 ‘광폭 행보’로 관심을 끌었다.

또한 자신의 취약한 지지층인 젊은층과의 소통을 위해서라면 찢어진 청바지라도 입겠다며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 하지만 역사인식에서 만큼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박 후보는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5.16을 ‘혁명’이라 표현했고, 지난 8월 대선 경선에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 후 지난달 7일 대선 경선 후보 뉴미디어 토론회에선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역사인식에 대해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새누리당 박민식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은 박 후보의 역사인식 논란과 관련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평가해야 하는데 대선 국면이 오면 으레 그것을 흠집을 내기 위한 방법으로 특정한 역사의 한 부분만 뽑아서 침소봉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사에 대한 평가에 있어선 공적(功績)과 과오(過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기에 공정하고 균형 있게 평가해야 역사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게 박 위원의 주장이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박 후보가 역사인식에 있어서만큼은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 이상돈 정치쇄신특별위 위원과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과거 역사에 대해 박 후보가 전향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지정당이 없는 부동층의 표심을 잡는 데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부동층의 상당수가 유신이나 5.16쿠데타를 경험한 40대 이상의 연령층이 많다는 점에서 박 후보가 대선 승리 지지율인 50%를 넘기는 데 장애가 되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5.16을 쿠데타로 교육받고 자란 2030세대와 역사관을 놓고 소통이 아닌 ‘불통’의 길로 가게 된다는 것이다. 2030세대를 향한 박 후보의 ‘광폭 행보’가 무색해질 뿐만 아니라 대선 본선에서 야권의 집중 공격을 받게 돼 박 후보가 역사인식에 대한 생각과 표현을 달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정운찬‧박찬종 등의 중도통합 측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데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중도통합 세력이 대선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커 안 원장의 대선 출마가 확정될 경우 박 후보로선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신이나 인혁당 등 “역사와 국민의 평가에 맡기자”는 박 후보의 발언이 중도 외연 확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병익 정치평론가는 “박 후보 입장에선 가장 깔끔한 대답을 내놓은 것”이라며 “‘국민과 역사에 맡기자’는 박 후보의 판단이 정답인 것 같다. 유신이나 인혁당 사건을 잘한 일이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간 것만 해도 무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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