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안철수 원장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한심한 정치풍토의 전형을 보는 듯했다.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불출마 협박’이라는 주장이 과연 성립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첫 번째로 협박자 정준길은 누구에게 협박을 했는지가 불분명하다. 안철수 원장에게 협박을 했다는 것인지 금태섭에게 협박을 했다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준길이 협박을 했다고 한다면 협박이 통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협박의 구성요건이 성립된다.

두 번째로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금태섭은 심각한 위해를 느꼈는지에 대한 것이다. 정준길의 협박이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입장이든지 박근혜 후보 측의 입장이든지 대표성을 가져야 심각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준길 개인이 금태섭 개인에게 협박을 했다면 내용 자체가 협박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정준길이 박근혜 후보 측을 대표해서 안철수 원장 측을 대표한 금태섭에게 협박을 했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양측의 주장을 보면 정준길은 뇌물공여와 여자문제가 있으니 안철수 원장이 조심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를 했다는 것이고 금태섭은 안철수 원장이 뇌물공여와 여자문제가 있으니 출마해서는 안 되고 출마한다면 폭로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녹취록이 없으니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는 판단할 수가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이 쉽게 통화할 수 있는 사이고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친구라고 하는 관계를 놓고 보면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도 아닌 두 사람이 협박을 하고 협박을 당하고 하는 사이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원장의 대국민지지도는 엇비슷하게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원장에게 ‘불출마 협박’을 한다고 그것이 통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므로 정준길이 불출마 협박을 했다면 머리가 아주 나쁜 사람이거나 정신이 온전한 사람으로 볼 수 없다. 같은 이유로 ‘불출마 협박’을 받았다고 하는 금태섭도 사리판단을 못하는 사람이거나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전 국민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한 사건이었지만 원인과 과정과 결과를 놓고 보면 지극히 쇼맨십이 가미된 해프닝이었다고 본다. 대선후보 박근혜를 끌어들이고 예비후보인 안철수 원장을 끌어들이기에는 상식적으로 성립이 되지 않는 사건이었다고 본다. 정준길의 위치가 말 한마디에 중량감을 갖는 실세정치인의 말도 아니고 일개 공보위원의 자격으로는 ‘안철수 불출마 협박’을 하기에는 영향력이 약하다.

 정확히 본다면 정준길의 소영웅적인 과잉충성일 것이라는 생각과 금태섭의 오버액션에 의해서 사건이 부풀려지고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유추를 해본다. 이번 기자회견의 결과를 두고 여야의 공방이 치열한 것을 보면 선거전을 이용해서 득을 보겠다는 측과 실을 없애겠다는 측의 지리한 말장난만 난무하게 될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은 안철수 원장의 몰랐던 소문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안철수 원장에 대한 검증의 필요성을 다시 재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소문을 차단하고 시중의 루머로 치부하려고 하던 안철수 원장 측이 오히려 사태를 증폭시켰다고 볼 수도 있다. 안철수 원장 측은 이번 사태를 금태섭의 개인생각이라고 선을 긋고 박근혜 후보 측도 정준길의 개인적인 사담수준으로 규정했으니 후보측간의 공방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3자인 민주당 측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3자에게 공세의 빌미를 주었고 박근혜 후보 측이나 안철수 원장 측이 원치 않는 결과가 생기게 된 것으로 보인다.

최고의 대학을 나왔고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변호사로 근무중인 친구사이인 두 사람이 정치적 파정을 몰고 올 함부로 뱉은 말 때문에 국민들이 걱정하고 부정적인 정치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정치불신을 키운 것에 대해서 실망스럽다. 정준길의 가벼운 처신과 금태섭의 얍삽한 처신도 결코 정상적인 행태가 아니다. 뭔가 거대한 음모가 있는 것처럼 국민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기자회견은 일방적인 주장만 남긴 채 뒷얘기만 무성하게 나오고 상상력만 키워준 결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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