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든 손

이은봉(1953~  )

한 손에 떡 든 채 너무 바빴다
도무지 먹을 틈 없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성큼, 잘라버렸다

떡 든 손, 진작
내려놓았어야 하는데…

아프다 아리다
정작 피를 뿜는 곳은 가슴이었다.
손이 아니었다.

한 조각 떡 때문에
오랜 꿈, 그만 망가지고 말았다.

인간이 소유욕을 버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소유욕은 어느 의미에서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소유욕에 지나치게 집착을 하면, 그 집착으로부터 파멸의 길을 가는 경우를 우리 인생항로에서 왕왕 만난다.
‘떡 든 손’은 이러한 인간의 버리지 못하는 소유욕의 한 비유이리라. 너무나 바빠서, 또 다른 소유를 찾아다니느냐고, 그저 먹지도 못하고, 그러면 남이라도 주기 위하여 놓기라고 해야 하는데, 모든 것을 움켜쥐고 있다가 그만 이것도 저것도 모두 잃는 것이 우리 우매한 사람살이이리라. ‘한 조각 떡 때문에 오랜 꿈, 그만 망가진’ 뒤, 후회를 하는 미욱한 인생. 이러함이 어쩌면 우리 사람의 본 모습인지도 모른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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