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스포츠를 통해 인종갈등을 해소하고 흑과 백을 하나로 만든 사람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었다. 첫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된 만델라는 럭비월드컵을 통해 흑백인종의 화합을 이끌어냈다. 지난 1994년 만델라 대통령은 거의 백인으로 이뤄진 남아공 럭비대표팀 ‘스프링복스’와 영국의 경기에서 흑인들이 상대팀 영국을 응원하는 것을 목격했다.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는 스포츠를 통해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할 것을 결심한 만델라 대통령은 ‘스프링복스’의 주장을 초대해 1년 뒤 자국에서 열리는 럭비월드컵에서 우승해 달라고 제안했다. 당시 남아공의 우승은 그 누구도 믿지 않았고 불가능이라 여겨졌다. 남아공은 국민에게 기적같은 경험을 선사하고 흑과 백이 하나 되는 역사적인 사건을 연출했다.

2009년 전설적인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만든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터빅스’ 영화의 줄거리이다. 실제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이었는데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겨주며 다음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만델라 대통령 역을 맡은 모건 프리먼이 남우주연상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9일 프로야구 2군리그인 퓨처스리그 고양 원더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릴 예정이던 김해 상동 야구장의 연습장을 찾았다. 이날 박 후보는 국내 최초 독립야구단인 고양 원더스와 롯데 자이언츠 2군 경기를 관람하고 선수와 관계자들을 격려할 예정이었지만, 비가 내려 경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경기는 관람하지 못하고 선수단만 격려했다는 소식이었다. 박 후보가 프로야구 2군 선수들을 격려 방문한 것은 패자부활의 정신을 강조하고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하는 마이너들을 격려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당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불굴의 의지와 고고한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정상에서 낙오된 사람들을 위해 따뜻하고 다정하게 다가서기 위한 배려였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자주 스포츠 현장에 직접 모습을 보였다. 올 초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런던올림픽 대표선수들이 훈련 중이던 태릉선수촌을 방문, 선수들을 격려했던 박 후보는 지난 7월말 새누리당 대선 경선이 치러질 때, 인천공항에서 대표선수단이 출국하는 현장에서도 선전을 당부했다.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인 지난달 22일에는 런던장애인올림픽 선수단의 훈련장인 경기도 이천의 장애인체육종합 훈련원을 방문, 선수들이 마음 편히 운동할 수 있도록 연구를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계층, 세대, 지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공감이 시대적 화두가 됐다. 갈등과 소외현상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공감의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념과 생각의 차이가 별로 드러날 곳이 없는 스포츠에서 공감이란 단어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박 후보가 자주 스포츠 현장을 방문하는 것도 자신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며 한국 사회에 공감과 신뢰의 분위기를 형성해나가자는 바일 것이다. 박 후보는 공감을 자신의 정치철학의 핵심으로 삼아 스포츠에서도 실천적인 모습을 보이며 공감을 강조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한창 대선 경선을 치르고 있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지난 7월 런던올림픽 출전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태릉선수촌을 방문한 바 있다. 문 후보는 유도훈련장에서 직접 도복을 입고, 선수들과의 한판 시범으로 판에 박힌 방문이 아닌 만능 스포츠맨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서민 밀착형 행보’의 일환이었다는 게 문 후보 측의 설명이었다. 문 후보 측의 이러한 모습은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려는 시도였던 것이었다.

박 후보가 됐든, 문 후보가 됐든 대선후보들의 스포츠를 통한 공감 쌓기는 한때의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흑과 백을 통합하려는 만델라 대통령의 진성성이 남아공 럭비팀을 월드컵 정상으로 이끌었듯이, 여와 야의 대선 후보들은 약자도 가슴으로 끌어안는 스포츠의 참 가치를 이 사회에 구현시키기 위해서 스포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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