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을 산 독수리는 죽음과 새로운 삶의 기로에 서 있다. 부리는 굽어 목을 찌르고 발톱은 길어 먹이를 집을 수 없다. 깃털도 무거워 날기가 힘들다. 죽음을 택한 독수리들은 그냥 그렇게 죽어간다.

하지만 새 삶을 희망하는 독수리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자신의 부리를 바위에 찍어 깨뜨리고, 발톱과 깃털은 모두 뽑아낸다.

그러한 고통의 시간을 통해 ‘자기 혁신’으로 거듭나, 30년이라는 새로운 삶을 연장하게 된다. 독수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처럼 국내외 경제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도약을 위해 ‘혁신’을 감행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있다.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자랑스러운 혁신기업을 만나보자.



▲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담당 사장(오른쪽)이 T-타입의 냉장고 지펠 T9000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 삼성전자)
디자인 고정관념 깨
끊임없는 진화 노력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혁신’이란 이름으로 매번 고비의 순간을 넘겨온 삼성전자.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위기의 순간 때마다 삼성 경영진에게 ‘혁신’을 강조해왔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 회장이 “삼성이 이대로 가면 3류, 4류 회사가 될지 모른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혁신을 주문한 말이 단적인 예다.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대표적 사업인 TV·냉장고 분야 등은 혁신을 거듭해왔다. 삼성전자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6년 연속 TV 시장 1등을 달성했다. 이처럼 삼성이 소니 TV의 아성을 넘어 TV 업계 1위로 우뚝 솟을 수 있었던 원동력 또한 ‘혁신’이었다.

2004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TV 사업은 세계 시장에서 2류 업체에 불과했다. 그러던 중 디자인의 혁신을 꾀하며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게 되는 계기가 생긴다. 바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와인잔 모양의 ‘보르도 LCD TV’의 탄생.

‘TV=직사각형’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붉은 포도주가 담길법한 와인잔 모양의 TV를 내놓았다. 이로써 세계 LCD TV 시장에서 소니를 제치고 당당히 1위를 달성하게 됐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삼성전자는 또다시 도전했다. ‘빛을 내는 반도체’로 불리는 LED(발광다이오드)를 광원으로 사용한 TV를 선보였다. 2009년 출시한 삼성 PAVV(파브) LED TV는 삼성만의 화질기술을 총망라해 실물을 보는 것 이상으로 선명하면서도 눈이 편안한 화질을 구현해냈다. 또 TV 두께를 손가락 한 마디 굵기에 불과한 29㎜대로 줄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가장 얇은 두께가 삼성 LCD TV로 44.4㎜였다.

2010년 3D TV, 2011년 스마트 TV를 넘어 2012년 리모컨 없이도 음성과 동작만으로 TV 조작이 가능한 스마트 TV ES8000을 선보였다. ES8000은 세계 최초로 ‘스스로 진화하는 TV’라는 스마트 에볼루션 기능을 통해 최신버전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명함 정도 크기의 ‘에볼루션 키트’를 TV 뒷면에 꽂기만 하면 TV의 핵심 기능이 최신으로 진화하는 방식이다.

냉장고 분야에서의 혁신도 빼놓을 수 없다. ‘보르도 TV’로 삼성 TV 진화에 한 획을 그은 윤부근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담당 사장은 지난 7월 혁신적인 T-타입의 냉장고 지펠T9000을 탄생시켰다. 윤부근 사장은 “삼성전자의 혁신적인 기술이 집약된 걸작”이라며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지펠 T9000은 기존 양문형냉장고와 달리 냉장고를 상단에, 냉동고를 하단에 배치하고 상하좌우 T타입(4도어)의 디자인을 도입했다. 게다가 출시 한 달 만에 1만 대 판매를 돌파하는 등 엄청난 판매 속도를 보이고 있다.

윤부근 사장은 “품질의 혁신으로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며 앞으로 냉장고에 이어 세탁기, 에어컨 등 혁신제품을 선보여 성장 발판을 삼고 글로벌 1위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