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詩)] 풍경A
[마음이 머무는 시(詩)] 풍경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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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A

김광림(1929~  )

기중기(起重機)는
망가진 캐시어스 클레이의 철권(鐵拳) 수만 개를
들어 올린다
흔들린다
헛기침도 않고
건달 같은 자세로
시장한 벽에
부딪친다
압도해 오는 타이거 중전차(重戰車)에
거뜬히 육탄(肉彈)한다
나를 매달아 놓았던 내장(內臟)의 사슬이 끊어진다
기중기를 벗어난 철추(鐵椎)는
현실 밖으로 뛰쳐나간다
한 마리의 새가
포물(抛物)로 날아간다

 

캐시어스 클레이는 ‘무함마드 알리’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1960년대 전설의 복서, 헤비급 챔피언의 본 이름이다.
기중기가 수많은 사물을 끌어올리고, 때로는 그 기중기에 매어달린 철추가 끊어져 우리 현실의 밖으로 뛰쳐나가고, 그러므로 우리를 견지시키고 있던 우리 정신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이러함이 어쩌면 우리가 사는 현실, 그 현실의 풍경인지도 모른다. 끌어올리려는 힘과 떨어져 나가려는 힘이 서로 밀고 당기는 팽팽한 긴장. 그러나 때때로 서로를 견지시켜주던 긴장이 무너지고, 그러므로 일순간 모든 것이 와해가 되고 마는, 이러함이 바로 우리가 사는 현실이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수많은 강자를 쓰러뜨린 캐시어스 클레이의 철권도 이내 망가져 기중기에 딸려 올라가는, 이것이 바로 우리 삶의 풍경이리라.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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