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1976년 8월 19일 박정희 대통령은 영애 근혜 양과 함께 청와대에서 달포 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대한민국 건국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한 레슬링의 양정모 등 올림픽 대표 선수단의 예방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양정모와 레슬링 코치 정동구 등은 “앞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지속적으로 획득,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문 양성기관인 체육대학이 꼭 필요하다”고 간곡하게 건의했으며 박 대통령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체육입국’의 기초를 확실히 닦아 놓기 위한 포부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문교부 등 관련부처는 초대학장에 한양대 교수였던 유근석 이학박사를 임명했으며 이듬해 첫 신입생을 받아 한국 초유의 국립체육대학이 설립됐다. 체육을 학문적으로 체계화하는 한편 조직적으로 경기력 개발을 위한 연구와 교육으로 실효성 있는 성과를 얻자는 것이 체육대학 설립의 목적이었다고 ‘이야기 한국체육사-체육행정①(국민체육진흥공단 발간)’은 전한다. 특히 한국체육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축구, 야구 등 인기종목이 아닌 핸드볼, 레슬링, 복싱, 유도, 체조, 사격, 양궁, 육상, 빙상 등 소위 비인기종목만을 육성하기로 했던 것이다. 올림픽 금메달의 산실인 한국체육대학교의 36년 전 설립 당시 일화이다.

양정모의 올림픽 첫 금메달 인연으로 탄생한 한국체대는 이내 한국스포츠를 대표하는 금메달의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한체대는 각 종목별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는 등 올림픽과 인연이 매우 깊다. 레슬링 심권호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체급을 달리하며 레슬링에서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연속으로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스피드 스케이팅의 모태범이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500m서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상화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낚았다. 체조의 양학선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도마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양학선’ 기술로 한국체조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차지해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1977년 개교이후 35년간 동‧하계올림픽에서 획득한 총 메달은 금 31개, 은 29개, 동 23개 등으로 한국 선수단이 거둔 총 메달수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런던올림픽만 해도 양학선을 비롯, 여자 태권도의 황경선,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전의 원우영, 김정환 등이 금메달 3개를 획득하는 등 금3, 은1, 동3개로 총 7개의 메달을 차지해 한국선수단의 총 메달수(28개)의 25%에 달했다. 금메달 숫자만으로도 스페인, 브라질 등 한국보다 영토가 훨씬 크고 인구와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과 똑같았다. 일개 대학의 위상이 제대로 경쟁력만 갖추면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한체대가 거둔 올림픽 성적에서 알 수 있다. 한체대가 없는 한국 스포츠는 사실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사실 선수 개인만의 노력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국가는 200여 참가국 가운데 50개국에 불과했고 동메달 1개 이상을 획득한 국가는 79개국뿐이었다. 120여 개 국가가 단 하나의 메달도 가져가지 못했다. 대부분의 메달 국가들이 올림픽을 국력의 경쟁장으로 삼아 총력전을 펼쳤다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 묻지 않아도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한국도 박 대통령의 결심으로 국립체육대학인 한체대가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면 과연 탁월한 올림픽 성적을 올릴 수 있었을까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따라서 한체대의 성과는 그 학교 자체만의 성과가 아니라, 한국 스포츠 전체의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한체대는 학교 설립 당시 ‘진리, 봉사, 창조’를 교훈의 키워드로 삼아 선수들로 하여금 개인적인 존재, 사회적인 존재, 역사적인 존재라는 인간이해의 바탕에서 묵묵히 도전과 인내와 노력으로 역량을 갖춘 체육인재가 될 것을 최고의 교육 목표로 정했다. 이기는 것보다 스포츠 문화 속에서 품위와 가치를 지닌 운동인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학교의 숭고한 교육목적이다.

한체대는 오는 9월 6일 오전 필승관 대강당에서 런던올림픽 메달리스트 환영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양학선 등 선수들과 학교 관계자 등이 참석할 이날 행사를 체육계에서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으면 싶다. 한체대는 설립 취지와 목적 모두 국가에 기여하기 위해 설정됐고, 그동안 거둔 성과도 국내 다른 어느 학교와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빛났기 때문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