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단청‧조각보 등 전통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패션 디자인을 선보인 이상봉 디자이너가 한글 프린팅 티셔츠를 입은 채 미소 짓고 있다. (사진제공: Lie Sang Bonh)

‘지구촌의 축제’ 런던올림픽 기간에
단청·조각보 활용한 디자인 선보여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문화 콘텐츠
세계에선 신선한 아이템으로 부상

[천지일보=김성희 기자]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요즘 전 세계는 한류열풍으로 들썩이고 있다. 이 가운데 몇 해 전부터 K-POP을 필두로 대중문화에 치중한 한류열풍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정한 한국의 멋과 미를 전할 수 있는 전통문화 콘텐츠에 눈을 돌린 한 사람이 있다. 바로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이다.

한글의 위대함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종이 위에 있던 글을 천으로 옮긴 그의 도전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의 행보는 지난 7월 세계인의 축제 런던올림픽 기간 현지에서도 이어졌다. 세계인을 상대로 한국의 단청과 조각보를 모티브로 한 패션쇼를 선보인 것.

본지는 창간 3주년을 맞아 전통문화 콘텐츠를 활용해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보여준 이상봉 디자이너와 지난달 10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이상봉 디자이너와 일문일답.

― 한글, 단청, 산수화 같은 한국 전통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작품이 눈에 띈다. 이 콘텐츠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한글로 작업한 계기는 우연한 기회였다. 외국에서 패션쇼를 하다 보니 우리 것을 더 찾게 됐다. 그러다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작업 중에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로 ‘한글’이 떠올랐다.

당시 수중에는 장사익 선생과 임옥상 선생이 보낸 자필 편지가 있었다. 그 편지를 다시 꺼내 보면서 ‘이런 글씨를 패션에 넣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분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한글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한국의 전통문화는 우수한 것이 많고 세계의 어떠한 문화와 비교해 봐도 그 우수성이 뒤지지 않는다. 또한 한국의 전통 콘텐츠는 세계인에게 신선함을 준다. 이것이 곧 한국 전통문화 콘텐츠가 가진 브랜드 경쟁력이기도 하다.

― 아이템은 주로 어떻게 찾는지.
‘창의’라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창의’라는 것을 강조하다 보면 결국 틀에 갇히게 된다. 즉,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강요보다 자발적으로 생각하고 노력해서 창조에 대한 열정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각자가 원하는 대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게 된다.

사람들은 여행, 영화, 독서, 그림, 사진 등 보이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는다. 하지만 그 영감을 받는 순간의 감동은 상상력으로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눈을 감고 날개를 펴 지구를 내려다보며 달나라로 날아가는 상상. 꿈은 상상의 나래 위에서 실현될 수 있다.

― 전통문화 콘텐츠를 디자인에 적용함으로써 얻게 되는 좋은 점은 무엇인가.
전통문화 콘텐츠는 오랜 기간 걸쳐 다듬어지고 이루어져 디자인 작업에 적용하기에 훌륭한 베이스가 될 수 있다. 그 기본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가공해 만들어 내면 완성도는 더욱 배가될 수 있다.

― 전통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작품에 대해 해외 반응은 어떤가.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세계인에게 사랑받고 있다. 중국‧일본 문화로만 여기던 아시아 문화와는 또 다른 우리 문화에 호기심을 갖고 있다.

파리에 있을 때 우리나라 전통 호랑이 그림을 응용한 작업을 한 적이 있다. 영국의 유명한 패션 에디터가 태어나 처음 보는 프린트라며 놀라워했다.

▲ 왼쪽부터 한글‧단청‧조각보를 주제로 디자인한 작품을 제작해 해외에서 패션쇼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 Lie Sang Bonh)

― 휴대전화, 도자기, 담뱃갑 등 다양한 물건에 한글과 같은 전통문화 콘텐츠를 활용해왔다. 앞으로 전통문화콘텐츠 활용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전통적인 라이프스타일이 얼마든지 현대적으로 가공돼 현재에 살아 숨 쉬게 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리고 많은 디자이너가 리서치 단계에서 이런 작업을 해오고 있다.

― 한글뿐만 아니라 전통문화 콘텐츠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우리 정부, 국민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먼저 우리 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또 우리 문화를 당당하게 생각해야 한다. 정부도 이제 전통문화와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를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K-POP이 그 한 예다.

K-POP이 세계에 알려져 한국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면 세계인들이 한국 역사와 전통 콘텐츠에도 자연히 관심을 갖지 않겠는가.

― 최근 런던올림픽과 관련해 열린 ‘오색찬란’ 행사의 일환으로 현지에서 패션쇼를 진행했다고 들었다. 어떤 콘셉트로 진행했는가.
영국 런던에 있는 세계적 디자인 박물관 ‘Victoria & Albert Museum’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1부는 한국전통 조각보를 주제로 진행됐다. 전통적인 조각보 기법과 색감들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또 2부에서는 단청을 주제로 화려한 색감과 문양을 현대‧미래적인 감각을 담은 의상으로 표현했다.

― 앞으로 후배 디자이너들이 전통문화 콘텐츠로 어떤 활동을 펼치길 바라는지.
내가 하는 작업들이 전통문화에만 치중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전통 문화기에 그 콘텐츠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 것이다.

후배들이 전통문화를 마음에 두고 눈에 익은 콘텐츠를 식상하게 여기지 않기를 바란다. 바로 그것이 세계인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