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타협 강조… “여야 대립시 야당 말에 귀 기울이겠다”


“19대 국회에서는 싸우지 않는 국회, 부정·부패 없는 국회,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는 국회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강창희 국회의장이 지난달 27일 “앞으로 국민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는 국회가 되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오랜 원외활동을 마치고 8년 만에 여의도 ‘심장부’에 복귀한 강 의장은 이날 창간 3주년을 맞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야당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야당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겠다”면서 “여야 지도부와 자주 대화하고 정치원로에게 자문도 구해 지혜로운 해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한껏 몸을 낮췄다.

강 의장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캠프 고문으로 활약한 바 있다. 그리고 ‘7인회 멤버’에 이름을 올려 의장 자격 시비가 일기도 했다. 강 의장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핵심 측근이지만 공과 사는 분명히 구분하겠다고 다짐했다.

12월 대선을 앞두고선 “후보자 검증은 정책과 능력, 도덕성 중심으로 해야 한다”며 네거티브 전략과 거리를 뒀다.

다음은 강 의장과의 일문일답.

― 19대 국회의장으로서의 포부는.

우선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켜 주신 대전 중구지역 구민과 국회의장으로 선출해 주신 선배, 동료 국회의원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국회의장직을 맡게 된 데 대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 8년간 원외생활을 하면서 국민의 시각에서 정치를 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됐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이 바라는 정치를 펼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 국민이 바라는 국회는 ‘싸우지 않는 국회’ ‘부정·부패 없는 국회’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는 국회’이다. 이러한 국회를 만드는 기반을 닦아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국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이번 국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현안은.

지난 제18대 국회 말미에 국회선진화법을 제정했다.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는 여야 간 극한 대립을 방지하고 대화와 타협에 의한 민주적이고 생산적인 국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국회는 국회선진화법이 제정된 후 최초로 열리는 정기국회이다. 그런 만큼 이번 국회는 ‘몸싸움 없는 국회’ ‘선진화된 국회’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선진화된 국회를 만들기 위해 국회가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겠다. 필요하면 여야 원내대표를 직접 찾아가서 중재하는 일도 마다치 않겠다.

―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간 대립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인가.

대통령 선거로 여야 간에 첨예하게 대립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민생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정당이 집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국회 운영을 원만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혹여 여야 간의 극한 대립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면, 야당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겠다. 여야 지도부와 자주 대화하고 정치원로에게 자문도 구해 국가 장래를 위한 최선의 결정을 하도록 하겠다.

― 12월 대선으로 인해 민생현안이 실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대통령 선거로 인해 정기국회 기간이 불가피하게 단축될 것이므로 민생현안이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여야가 극한 대립을 피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면 민생현안 해결이 반드시 어려운 게 아니라고 본다. 민생현안 문제에 대해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심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역할을 다하겠다.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야말로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이자 본질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의 꽃을 활짝 피우길 바란다. 대통령 선거 기간은 단순히 선거만을 치루기 위한 기간이 아니라, 민생투어 기간이도 하다. 그러므로 어느 한쪽만 공감하는 정책이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국가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당장의 국면만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포퓰리즘 정책인지, 아니면 중·장기적으로 국가에 유리한 정책인지 국민의 심판을 받는 자리가 돼야 한다.

― 국회의원 특권에 대한 입장은.


지난 8년간 원외에서 생활하는 동안 많은 국민이 ‘국회의원이 각종 특권을 향유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점을 많이 느꼈다. 최근 여야도 경쟁적으로 국회의원의 특권축소 등 개혁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는 국회의원 스스로 특권을 버리겠다는 자생 노력의 일환이자, 국민에게 낮은 자세로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것으로 본다. 다만, 국회의 독립성과 의정활동을 위해 필요한 사항이 축소되는 경우가 없는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 개헌론에 대한 입장은.

현 시점에서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개헌 문제는 대통령 선거 후 일정한 기간이 지난 다음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면 논의해야 한다.

― 예산안이 제때 통과되도록 하기 위한 방안은.

예산안 파행의 원인을 제공하는 정당의 경우 대선에서 불리할 것이기 때문에 올해 예산안은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국회의장으로서 예산안 처리가 원만히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한일 간 쟁점이 되는 독도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독도문제에 대한 해법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본다. 그렇지만 국회에서도 해법을 연구하고 국회의원 외교활동을 적극 펼쳐 국제사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 12월 대선이 갖는 함의는 무엇인가.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대내외적 여건은 낙관적이라 할 수 없다. 풀어야 할 난제는 산적하다. 예컨대 북한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남북문제에 관해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 일본과는 독도문제 등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주요 무역 상대국인 미국과 중국은 경제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유럽은 금융위기로 경제가 침체돼 있다. 우리나라도 지역·계층 간 양극화 문제 등으로 경제민주화 내지는 균형발전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당면한 문제가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는 원리·원칙에 따라 풀어야 하듯 우리가 당면한 난제도 원리원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이러한 난제를 혜안을 갖고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원칙과 합리성에 따라 해결할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을 꼽는다면.

투철한 애국심이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열정과 계층·지역·세대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국민통합 능력도 필요한 덕목이다.

― 새누리당에서 친박(친박근혜) 원로로 꼽히고 있는데, 이에 대한 부담은 없나.

국회의장이 되는 순간 새누리당을 탈당해 당적이 없는 무소속 상태이다. 그러므로 대통령 선거에서 어떠한 역할도 할 수 없어 부담이 없다. 대통령 선거 기간에도 국회의장으로서의 역할은 국회를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운영하는 것이다.

― 출마가 임박했다는 안철수 원장은 어떻게 평가하나. 그리고 여야 경선 과정은 어떻게 보나.


안 원장이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대통령 선거 후보에 대한 검증은 꼭 필요하고 철저히 이뤄져야 하나, 그 검증을 빌미로 인신공격성 발언이나 네거티브 선거전은 지양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경선 과정에서도 네거티브 선거전 양상이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볼 때 안타깝기 그지없다. 후보자 검증은 정책과 능력, 도덕성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운동도 마찬가지다.

―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의원의 자격심사는 여야 의원들이 법률에 따라 심사해서 판단할 사안이다. 자격심사 결과 해당 의원이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져야 한다.

―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한 말씀 해달라.

제19대 국회에서는 국민에게 한 발 더 다가가는 ‘민생국회’,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선진국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를 위해 여야가 치열하게 토론하고 경쟁하겠지만, 국가 공동체의 이익 앞에서는 언제나 하나가 되도록 하겠다.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국회로 운영하겠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