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모든 국민을 경악하게 한 어린이 성폭력이 또 일어났다. 며칠 전 나주에서 8세 어린이가 이불째 납치되어 성폭행 당했으며 직장이 파열되는 등 중상을 입었다. 어찌보면 그 중상보다도 평생을 가져가야 할 정신적 아픔이 더 클 것이다. 지난 2009년 조두순 사건이 채 잊히기도 전에 최근 통영에서 성폭행 하려다 반항하자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을 목 졸라 살해하는 등 언론에서는 이밖에도 ‘성폭행’ 관련 기사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온다.

2009년 당시 조두순 사건 이후 정부와 수사기관은 아동 성범죄 근절을 약속하고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이미 그 효과가 없음은 드러났다. 8살 여아를 성폭행해 영구 장애를 입힌 조두순은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으며, 당시 법원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한몸에 받았다. 이후 아동·장애인 성범죄 양형은 2009년 말 조두순 사건 이후에만 세 차례 상향 조정되었고, 2010년 6월 초등학교에서 8살 여아를 납치, 자기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김수철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이번 나주 사건의 범인에게도 당연히 중형이 선고되겠지만 문제는 아직도 양형에 대한 문제가 많이 지적될 뿐만 아니라 양형만이 성폭행 범죄를 줄이는 대안인 것으로 오인하는 것도 문제다.

첫 번째 양형에 대한 문제는 사회적 이슈가 된 사건에는 중형이 선고되는 반면 대부분의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아직도 너무 관대하다는 게 일반 국민들의 견해다. 경찰청에 따르면 강간과 강제추행 등 성범죄 발생 건수는 2008년 1만 5017건에서 2010년 1만 8256건, 2011년에는 1만 9498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는 2007년 857건이던 것이 2009년에는 1359건, 2011년은 2054건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3세 미만의 아동에 대한 성범죄(946건)는 상반기 217건의 1심 판결 결과가 43%가 집행유예로 선고되어 성범죄자들이 거리를 활보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조건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증거 불충분으로 감형되는 법률적 하자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을 형의 감경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 방안을 아직도 마련 중이기 때문에 성범죄자들의 형이 감형되는 것이다. 그놈의 방안은 언제 만들 것인지 대법원은 뭐하는 곳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대법원이 고스톱 치는 사이에 성범죄자들이 거리를 활보하니 말이다.

특히 소외된 계층의 아동이나 장애아인 경우 소위 가진 자들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이보다 더 관대한 것도 사회적인 문제다. 그곳에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존재한단 말인가! 가해자의 인권은 존중하면서도 피해자의 인권은 무시당하는 게 법이라면 그 법은 개밥보다도 못한 악법이며, 그러한 법률을 판단하는 법률가가 성범죄자보다 더 나쁘다.

두 번째는 이와 같은 법률적 처벌의 균등한 양형과 강한 처벌 의지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성범죄가 근절될 것이라는 것은 한계가 있다. 2008년부터 조두순, 강호순, 김길태, 김수철 등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리는 사건들이 있었고 올해만 해도 우웬춘 사건, 통영 초등학생 납치 살해사건, 주부 성폭행 미수 살해사건 등이 발생했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성폭행 범죄가 지속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 등 민관이 함께 참여하여 척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성폭력 대책들은 국회의원 나리님들이 온통 대선에만 미쳐 있어서 낮잠을 자고 있다고 한다. 여야 의원들은 올 들어 경남 통영 10세 초등학생 성폭행 시도 살해 사건(7월), 전자발찌를 찬 성폭력 전과자의 주부 살해 사건(8월) 등이 발생할 때마다 앞 다투어 관련 법안들을 냈으며, 19대 국회 들어 발의된 성폭력 대책 법안은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6건),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8건‧정부입법 1건 포함), 성폭력 방지와 피해자보호법 개정안(3건), 형법 개정안 등 20여 건에 이른다.

그러나 국회 여성가족위와 법제사법위 등 소관 상임위에서는 이 법안들 가운데 한 건도 제대로 논의되거나 처리되지 못했다. 19대 국회가 5월 개원 이후 여야의 정쟁 때문에 사실상 공전한데다,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여야 지도부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금 각계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실효성있는 처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가해자에 대한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치안력 강화 또는 화학적 거세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포르노 사이트에 대한 강력한 금지 조치도 논의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대책들을 제도적으로 만들기 위해 국회가 움직여야 하며, 대선 놀음에 심취되어 있는 한심한 국회의원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은 세계 3위라는 성폭력 공화국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게 필자의 견해다. 성범죄는 피해자는 물론 한 가족의 행복과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는 끔찍하고 무서운 범죄다. 따라서, 한가하게 대선 놀음에 빠져 고스톱이나 칠 때가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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