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로봇/인지융합연구부 공학박사

본지가 창간된 때로부터 지금까지 2주일에 한 편씩 과학칼럼을 써와 이제 어느덧 3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부족한 글재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개인적인 사정으로 제 과학칼럼의 연재를 마감하려 합니다. 처음 칼럼을 쓸 때 글을 통해 독자 여러분께 다가가며 느꼈던 설렘과 두려움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제가 잘 알고 있는 과학 분야의 이야기를 제 나름대로 쉽게 풀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만 회가 거듭될수록 제 부족함이 더욱더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과학의 대중화가 과학자의 중요한 사명 중에 하나라는 소신을 무기로 글쓰기에 매진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과학자의 글이란 주로 연구논문이 대부분이라 칼럼 같은 글을 쓰게 되면 문장이 딱딱하게 되어버리는 수가 많습니다. 또한, 지금까지의 과학자들은 주로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이과 공부에만 매진해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글의 논리성은 뛰어나나 감성적인 면에서 뒤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써 왔던 칼럼들을 쭉 훑어보니 이러한 통상적인 과학자의 글 쓰는 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요즈음 과학기술 분야에서 ‘융합’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몸담고 있는 로봇 분야에서는 기술 간의 융합은 물론이고 좋은 콘텐츠 개발을 위하여 인문사회학과의 융합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인문사회학을 포함한 다른 학문들을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과학자가 각광받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보면 유능한 과학자가 나오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공계 대학은 이공계 과목 위주로만 입시를 치르게 되어 있어 과학자가 되려는 학생은 고등학교에서부터 사회학이나 인문학은 배우지 않고 수학과 과학으로만 집중하니 말입니다. 심지어는 이공계 위주로만 수업을 진행하는 과학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하여 중학교부터 이과 과목에 집중하여 문과 과목과는 담을 쌓게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반면에 고등학교 저학년부터 문과에 속해 있던 사람들은 이때부터 수학과 과학을 멀리하기 시작하면서 당연한 과학현상들을 신비로운 것으로만 여기며 논리적 사고를 잘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과 대학지원 비율 면에서 볼 때 전체의 70%에 해당되는 문과지향의 사람들은 과학이나 공학 분야의 진출도 꺼려하여 국가 산업경제의 기반이 취약하게 될 우려도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하여 미국 과학재단에서는 1990년대부터 이른바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강화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고등학교에서도 수준 높은 이공계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작년부터 STEM에 예술(A) 분야를 추가하여 융합인재교육으로서의 ‘STEAM’ 교육을 초·중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지만, 고등학교에만 들어가면 문과와 이과 중 하나를 선택하여 다른 분야 학문과는 담을 쌓고 살게 됩니다. 지구상에서 일본과 한국만 하고 있는 고등학교 문과 이과 분리 교육의 관행을 없애고 학문 간 융합과 소통의 시대를 맞이하도록 하는 교육시스템의 개혁이 절실하다 하겠습니다.

과학자가 되기까지의 교육시스템이 문과적 소양이 부족하게 만드는 면이 있지만, 앞으로의 과학자에게는 인문사회나 예술분야까지도 융합과 소통을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한 필요성이나 역할 및 사회에의 기여 같은 것을 대중들과 공유하는 것이 일종의 사회적 책임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제 자신도 이러한 사명과 책임감에 공감하여 과학칼럼을 쓰고 삽화도 직접 그려보겠다고 나선 것이었습니다. 칼럼을 쓰며 항상 부족한 생각이었지만 대중 입장에서의 제 과학적 상식도 많이 늘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제야 과학을 통한 대중과의 소통이나 과학의 대중화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과 천지일보사에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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