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결혼이주 여성들이 ‘한중문화교류’ 프로젝트 일환으로 모국인 중국 하얼빈의 빨강잠자리어린이집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소개했다. 사진은 아이들이 종이 한복을 크레파스와 스티커로 꾸미고 있는 모습. (생각나무 BB센터 제공)

이주여성들, 모국에 한국 알리러 나서다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친정 나들이 겸 내가 살고 있는 한국을 알리기 위해 일주일간 모국을 방문했습니다. 이주여성이라는 게 너무 자랑스러웠던 시간이었어요.”

중국 하얼빈에서 태어나고 자란 안순화(46), 단가옥(35), 김령(31) 씨. 이들은 한국에 온 지 각각 9년, 11년, 7년째 되는 결혼이주여성이다.

그런 이들이 예전과는 다른 목적으로 모국을 방문했다. 바로 현재 살고 있는 한국을 고향에 알리고 중국의 변화를 체감하기 위해서다.

생각나무 BB센터 회원인 안 씨 일행은 한국여성재단의 후원과 교보생명,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지난달 23일부터 일주일간 ‘한중문화교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이주여성이 직접 모국에 방문해 한국을 알리는 행사로 이들뿐 아니라 또 다른 이주여성 소동매 씨와 한국인 2명도 동참했다.

프로젝트를 마친 후 서로 입국한 날짜가 달라 이달 중순이 돼서야 처음 얼굴을 봤다는 이들은 이주여성이 소외계층으로 남아있을 게 아니라 한국과 모국과의 다리 역할을 하는 생활외교관으로 성장하도록 정부가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혼이주여성 모임인 생각나무 BB센터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안 씨는 “건강한 다문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이주여성이 자신의 가치를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대부분의 이주여성은 한국말에 서툴다는 등의 이유로 주눅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직 이들을 도울만한 실질적인 정책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안 씨는 “그래서 이들 스스로가 이주여성임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이중언어 강사의 강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안 씨에 따르면 이 단체만 해도 이중언어 강사로 활동하는 이주여성이 많다. 그러나 모국을 떠나온 지 오래돼 아이들에게 최신 문화를 알려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생각나무 BB센터 봉사팀장인 김령 씨와 센터 동작구 대표이자 2012 중국어 교재 제작 팀장인 단가옥 씨도 이중언어 강사로 활동하면서 애로사항을 많이 겪었다.

중국어를 가르치는 것에는 자신 있으나 너무 오랫동안 중국을 떠나온지라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현 중국문화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못해 난처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단가옥 씨는 “하루는 아이들이 중국에서도 게임을 하느냐고 물어봤다. 그 순간 머뭇거렸다”면서 “인터넷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중국을 알려줄 수 있겠지만 내가 직접 보고 느낀 게 아니라서 가르칠 때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는 나뿐 아니라 이중언어 교사들이 안고 있는 숙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들은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고향인 중국 하얼빈을 방문했다. 초반에는 두려움이 컸으나 이주여성이자 이중언어 강사로서 자신감을 얻고 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안 씨는 “이 기간 어린이집 위주로 방문했다. 한국에서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위해 중국 어린이집 관계자와 메일을 주고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잘해낼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고 현지 관계자들도 이주여성인 우리가 간다고 하니까 의아해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러나 현지에 도착해 아이들을 만나니 그러한 두려움이 사라졌다”면서 “아이들도, 교사도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는 등 현지 반응이 뜨거워 놀랐다. 심지어 소문을 듣고 다른 곳에서도 방문해달라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특히 한복 입기 체험과 한복 그림에 스티커를 붙이는 프로그램은 아이들과 교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안 씨는 “마치 우리가 생활 외교관이 된 느낌이 들어 뿌듯했다. 이러한 기회가 다른 이주여성에게도 주어진다면 그동안 자신감 없었던 이들이 자신의 가치를 뒤돌아 볼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마지막으로 안 씨는 “이주여성을 주축으로 한 생활 외교관이 많아지면 세계 곳곳 구석구석에도 한국의 좋은 모습이 더 많이 알려질 것”이라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게 정부, 시민단체 등 많은 관계자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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