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이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지고 있다. 경선에 역동성을 부여해 흥행을 이끌어 내겠다던 당초의 기대는 초반부터 공정성 시비와 파행, 당 지도부의 무능 등으로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이해찬 대표가 문재인 후보를 민다는 이른바 ‘이-문 담합론’이 불거지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문 담합론’은 그 실체와는 무관하게 지난 당 대표 경선 때의 ‘이-박 담합론(이해찬-박지원)’을 떠올리게 하고 바로 그 연장선에서 이해되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의 기획(?)대로 박지원 원내대표-이해찬 당 대표의 그림이 그려졌으니 이제는 문재인 후보만 당선되면 ‘이-박 담합론’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는 논리다. 그러고 보니 ‘이-박 담합론’과 ‘이-문 담합론’은 서로 다른 개념이 아니다. 같은 선상에 있는 선후(先後) 개념에 다름 아니다.

친노의 결속력과 확장성
많은 사람은 잘 알고 있다. ‘이-박 담함론’이 현실화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탁월한 결속력을 자랑하는 친노세력이 버티고 있다는 것을. 지난 총선에서 한명숙 대표체제를 통해 거의 완벽하게 부활한 친노세력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민주통합당의 주류세력이 됐다. 그리고 위기 때마다 그들의 패권을 유지하는 데 탁월한 결속력을 보여줬다. 물론 그 정점에 이해찬 대표가 있으며, 그들의 탁월한 무기는 ‘모바일 투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해찬의 기획’이 통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이다. 지난 당 대표 경선 때 당심을 뒤엎
고 이해찬 대표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 단적인 사례라 하겠다.

친노세력의 이런 강점에도 불구하고 가장 취약한 고리가 있다면 그것은 ‘확장성’의 문제이다. 당 내부적으로는 판을 흔들 정도의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오히려 그 영향력이 줄어드는 모습이다. 그들의 결속력이, 또는 영향력이 당내에서 크면 클수록 더 큰 판에서는 오히려 고립되는 모순으로 나타난다는 뜻이다. ‘친노의 역설(逆說, 패러독스)’이라 할 만하다. 이를테면 지난 19대 총선 때, 누가 봐도 압도적으로 야권의 승리를 예견했지만 사실상 완패로 끝난 것도 그 배경을 되짚어보면 ‘친노의 역설’이 작동됐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친노의 역설’이 성립되는 가장 결정적인 조건은 우리 사회에 친노세력에 대한 강력한 비토층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야권에서도 친노세력에 대한 강경한 비토층이 적잖이 형성돼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친노세력의 확장성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 민주통합당은 이런 대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정권교체를 원한다면 말이다.

최근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을 보면서 친노세력이 다시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때마침 아직 실체가 규명되진 않았지만 문재인 캠프 측의 ‘전화투표 독려팀 운영 치침’이라는 ‘콜센터용 문건’이 발견됐다. 이런 분위기에서 문재인 후보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대단한 ‘친노의 힘’이다. 물론 여기에는 문재인 후보에 대한 ‘밴드왜건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이렇다 할 감동도 없이 이번에도 친노와 비노의 싸움에서 친노의 문재인 후보가 승리할 경우, 그 후에 펼쳐질 더 큰 판에서는 어떻게 될까하는 점이다. 그 때도 문재인 후보가 유리할까. 아니면 ‘친노의 역설’이 재확인될 것인가. 친노와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깊이 따져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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