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독일, 우연이 아닌 그들만의 의식과 가치관이 오늘의 독일을 만들었다. 1939년 히틀러는 폴란드 침공을 시작으로 전 세계를 제2차 세계대전으로 휘몰아 가면서, 무려 600만 명이라는 유대인을 조직적으로 학살하는 등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2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 이탈리아, 일본은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중국 등 연합국에 의해 패전국이 되고 만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소련의 세력이 동유럽으로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낳았고, 중국은 공산당 정권이 수립되는 계기가 마련됐으며, 결국 세계의 지배력이 서유럽국가에서 미국과 소련으로 옮겨가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나치독일을 패전시킨 후 미·영·프·소는 독일의 전쟁능력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독일을 분할 점령하게 된다. 전승 4개국은 독일제국의 완전 분해를 목적으로 공동보조를 취했다. 독일의 완전분해는 더 이상의 유럽 평화를 파괴할 수 없게 하기 위한 독일 분단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후 세계질서 재편에 따라 미·소의 대립이 본격화 되면서 이른바 냉전체제가 구축된다. 이후 소련은 동독을 중심으로 한 동유럽을, 미·영·프는 서독을 통해서 대소(對蘇) 봉쇄체제를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이때 서방연합국은 독일 민족이 나치체제가 행한 범죄를 수용하고 사과하고 배상하게 함으로써 자유진영의 최전선이 되고, 서방유럽의 중심국으로 부흥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독일 국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전후 냉전과 함께 굳게 잠긴 베를린장벽은 무너뜨려야 했다. 구소련의 강력한 공산체제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개혁과 개방, 민주화, 경제발전의 모드로 바뀌면서 냉전체제는 힘을 잃기 시작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베를린 장벽의 자유왕래를 가져 왔고, 급기야 로타르 드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는 1990년 3월 실시한 구 동독의 마지막 총선에서 동독 기민당(CDU)을 승리로 이끈 후 서독과의 협상을 통해 통일을 실현해 냈다.

그 여세를 몰아 구소련의 지배하에 있던 동유럽의 혁명은 시작됐으며, 1992년 고르바초프는 미국에서 냉전종식을 선언하는 역사적 순간을 만들어 냈다.

지난 5월엔 대한민국의 통일에 관해 남달리 관심을 보여 온 신천지 대표이면서 순수 민간 자원봉사단체인 ‘만남’의 명예회장인 이만희 총회장이 유럽 순방기간에 메지에르 전 총리를 만나 통일 경험을 묻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이만희 총회장은 메지에르 전 총리에게 대한민국의 통일을 위한 조언과 교훈을 부탁했다. 이 때 메지에르 전 총리는 “통일은 예상치 않게 찾아온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만들어 간다. 그러나 역사는 신이 만들어 가는 것 같다”며 “독일 통일의 원동력은 국민의 평화적 데모를 한 것이었다”면서 “당시 내 임무는 이런 국민의 힘이 퍼져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겸손히 답을 건넸다.

한편 이 총회장은 “한국이 통일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 평화를 외친들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보겠는가. 세계 평화와 종교광복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국의 통일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의 내용에서 독일 국민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몇 가지 교훈을 발견하게 된다. 첫 번째로 2차 대전의 패전국 중 하나인 일본의 행태다. 독도문제, 종군위안부 문제 등 영토와 과거사에 대해 진정한 사과와 배상은커녕 날이 갈수록 모르쇠로 일관하며 우경화 돼 가는 일본 정부는 물론 국민들의 의식을 바라보면서 동북아 시대와 나아가 지구촌 평화시대를 함께 열어갈 동반자가 될 수 있겠는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노다 총리는 참의원(상원)에서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연행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발언과 함께 마쓰바라 진 국가공안위원장은 위안부의 강제 연행을 사죄한 1993년 8월 발표한 ‘고노 담화’에 대해 수정 논의 할 것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즉, 일본 정부는 한반도 식민통치는 물론 2차 대전의 만행 자체를 전면 부인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를 통해 언급했듯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올바른 역사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차 대전 당시 나치체제가 저지른 만행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고 그 피해에 대한 배상까지 함으로써 오늘날 유럽의 모범국가와 지도국으로 다시 부상할 수 있었던 독일에 비해 일본은 그야말로 작은 섬나라 왜(倭)일 뿐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독일 국민으로부터 얻어야 할 또 하나의 교훈이 있다. 분단된 조국을 통일 조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한결같은 염원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국민들의 한결같은 염원을 이뤄내기 위해 자신의 기득권과 권력을 버리고라도 조국의 통일과 국민들의 염원을 택한 지도자 메지에르 총리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주자들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세계의 정세를 보면서, 이웃한 일본의 성향을 지켜보면서, 또 남북이 대치한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과연 얼마만큼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하는지를 묻고 싶다.

국민과 조국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영달과 권력을 버린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가 오늘날 이 시대 이 민족에게 크게 와 닿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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