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을 이루며 사는 신석주 화백(사진 출처: 신석주 미문학연구실)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는 화백
화가·시인의 꿈을 이룬 그는 이제 영화배우를 꿈꾼다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는 화백화가와 시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신석주 화백. 추상수채화를 통해 수채화의 변화를 꾀하는 신 화백을 충무로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작업실 앞에서 기자를 기다리고 있는 신 화백을 보는 순간 ‘아, 저 분이 신 화백님이시구나’ 하고 느낌이 올 정도로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작가임이 느껴졌다.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와 정돈된 옷차림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기보다 마치 영화배우 같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영화배우 같다는 말에 신 화백은 “제 꿈이 화가, 시인 그리고 영화배우예요”라고 하면서 그의 꿈 중 이미 두 가지는 이뤘다는 신 화백은 영화배우의 꿈도 꼭 이룰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그의 작업실 역시 깔끔했다. 수석 모으는 것이 취미라는 신 화백의 말처럼 그의 작업실 곳곳에는 신기한 모습을 한 수석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재미있는 건 소파 모양의 수석에는 작은 목각 인형이 눕혀져 있고, 가운데가 움푹 패인 수석에는 물을 담아 호수를 만들고 한 쪽에는 정자를 올려놓아 산수 좋은 풍경을 만들어냈다.

일상에서 비범함을 찾아내고, 소소한 것에서도 특별함을 찾아내는 그의 예술철학이 그림뿐 아니라 생활 곳곳에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생활 속에서도 특별함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하며, 현 사회의 문제, 국제 정세 등 모든 면에 있어서 고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제 예술철학이지요.”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세계는 독특하다. 무엇하나 똑같은 작품이 없다. 보통의 화가들에게 정해진 화풍이 있다면, 그의 그림에는 그만이 가진 화풍 외에도 현실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재미까지 더해져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그는 서울 충무로 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있으면서 혼자 영화 보는 것을 즐긴다. 이 또한 예술적 영감을 찾는 하나의 원천이다.

그의 작품 <그 먼나라로>는 영화 <트랜스포머>를 보고 탄생했다.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이 현재의 투박함에서 몇 번을 굴러(연마) 자유로운 새가 되고 싶은 꿈을 형상화해 한 폭의 그림으로 재탄생했다. 이것만 보아도 그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작가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望雲之精 그 먼나라로 71.5㎝×52.5㎝ Watercolor on peper 2011

그의 배움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은 그의 나이 45세에 국문학과를 진학하게 만드는 힘이 됐다. 어릴 적 꿈 중 하나인 ‘시인’이 되기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다. 이처럼 문학적 기질이 다분한 그였기에 그의 작품은 때로는 한 편의 시가 되기도 한다. 그는 그런 문학적 재능을 살려 첫 시화집 <나비부인>을 펴냈다. 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나비부인>은 화가로서의 신 화백의 모습과 시인으로서의 그의 모습을 한번에 볼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신 화백은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그의 그림에는 동양적인 미학이 담겨있다. 여백의 미를 살린 작품을 그리게 된 것에 대해 신 화백은 “국문학 공부를 하면서 동양의 아름다움에 매료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내 작품 세계는 미리 정해진 주제는 없다”며 “그때그때 그리고 싶은 세상에 충실할 뿐이다. 그게 구상이든 비구상이든 말이죠”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화가는 철학자, 시대를 인식하는 인식론자, 환경론자가 돼 세상과 소통하고, 여러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앞서 말한 그의 예술철학의 연장선이다.

그는 예술문화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문제의식 없이 세상과는 동떨어진 채 자신만의 세상을 고집하는 것은 어쩌면 예술가로서의 의무를 등한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부조리한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은 문화적인 접근법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힘과 권력으로는 힘든 일도, 문화의 힘을 빌린다면 해결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독도 문제도 그렇고요. 독도를 테마로 영화도 만들 수 있고, 시나 소설을 쓸 수도 있고, 그림을 그릴 수도 있어요. 그게 바로 문화의 힘이죠! 그래서 그것이 <해리포터>보다 더 재미있다면 전 세계인에게 독도가 한국 것임을 알려 자연스런 힘을 얻게 되는 거죠!”

신 화백이 생각하는 작품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그가 바라보는 모든 곳이, 그가 생각하는 모든 것이 바로 작품의 모티브가 되기 때문이다.

그의 무궁한 상상력은 그가 8년 전 전업작가로 돌아오기 전까지 18년을 그래픽(광고)아트워크 디자이너를 하면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광고를 기획해 성공해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타고난 끼와 열정,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이기에 화가와 시인을 꿈꾸던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본다. 이제 그에게는 어릴 적 이루고 싶은 꿈 하나가 남아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그를 영화관의 스크린 속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그의 이름 앞에는 화백, 시인 그리고 영화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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