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최근 며칠 사이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판결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가 승소하여 애플 제품을 판매 중지하라는 판결이 있었고, 미국에서는 반대로 애플이 승소하여 삼성전자가 1조 2천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났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낸 특허침해금지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표준특허 2건을 침해했다”고 밝히고, 관련 제품의 판매금지와 폐기처분 명령을 내렸다. 반면 미국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24일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배심원단은 삼성전자의 일부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애플의 모바일 특허와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으며, 이에 따라 10억 5185만 달러(약 1조 2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배상액을 요구했다.

삼성전자가 국내에서는 승소했지만 미국에서 패소한 이유에 대해 많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특허소송의 특성에 따른 감성적 재판’의 영향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특히 미국에서는 비전문가로 구성된 배심원들이라 법리적 판단보다 감성적 판단에 의존해 평결을 했다고 한다. 9명 배심원들의 직업은 주부, 전기기사, 사회복지사, 무직자 등이었다. 특허소송 등 전문적인 분야에 주부 등 일반인이 주축이 된 배심원 평결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많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은, 우리나라에서는 ‘법대로’ 했고 미국에서는 ‘여론대로’ 했다는 평이 그것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기업이고 애플은 미국 기업이라는 점이 미국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각각 자국의 기업에게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기업 삼성전자가 미국의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이 ‘감개무량’하다. 필자가 어린 시절 최고의 전자제품은 일본과 미국회사가 대부분 차지했다. 가전제품은 SONY, 컴퓨터는

IBM․애플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삼성, 금성은 ‘국내용’이었고 세계 시장에서는 ‘싸구려 제품’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 1위가 되었다. 삼성․LG․현대 등은 이미 세계적인 기업이 되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기업의 광고판을 보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외국 생활을 하다보면 애국자가 된다더니 하다못해 해외여행만 가도 우리나라의 기업 광고판을 보면 흐뭇하다. 뿐만 아니라 외국의 초일류기업을 상대로 하여 세계 시장을 당당하게 제치고 가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세계 일류 기업’, 즉 대기업에 대한 시각은 그리 좋지 못하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삼성․현대와 같은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음은 물론 정치권과 사회단체마저도 안티세력이 구축되어 대기업은 망해야 할 대상이 되고, 외국의 초일류기업 제품에 대해서는 호의적이다. 심지어 국내는 대기업군에 해당되기만 하면 즉시 망해야(해체) 할 대상이 되어 여론의 비판대에 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그동안의 서민경제를 좀먹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 등에 대해서는 비판의 대상이 됨은 당연하다. 필자도 여러 번 칼럼을 통해 비판해 왔으며, 앞으로도 비판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는 이유만으로 하여 대기업을 마녀사냥감으로 보는 시각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현재 정치권에서조차 여야 할 것 없이 대기업을 해체의 대상으로만 비판하는 경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치권마저 편승한 막연한 ‘반기업 정서’는 이 나라 경제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번 삼성전자와 애플의 미국 특허소송에서 9명의 배심원은 만장일치로 애플의 손을 들어 주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똑같은 배심원 평결이 있었다면 어땠을 것인지 생각해 보라! 아마도 反기업 정서로 인해 삼성이 소송에서 승리하는 것 자체가 요원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정치권마저 편승한 대기업의 마녀사냥은 국익을 위해 옳은 일이 아니란 말이다. 우리에겐 이렇다 할 부존자원도 없고 오로지 인적자원만으로 세계 초일류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세계 경제 자체가 온통 먹구름이며 실업률 또한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대기업의 잘못된 부분만을 부각시켜 우리 손으로 우리가 우리의 초일류기업을 해체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초일류기업의 꿈은 요원할 것이다. 더 이상의 反대기업 정서의 확산은 국익을 위해 옳지 못하다. 세계초일류기업은 마녀도 아니고 해체의 대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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