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예술기획 박동국 대표이사 ⓒ천지일보(뉴스천지)

전통문화예술과 함께한 23년 외길인생
‘명인명무전’ 76회 공연… 30주년 100회 바라봐
일본 도쿄 등 11개 도시 순회공연 전회 매진사례

[천지일보=김성희 기자] 우리나라 전통문화인 판소리‧무용‧기악‧사물놀이 공연은 어디 가면 만날 수 있을까? 초야에 묻혀 얕은 숨을 내쉬던 명인들을 무대로 이끈 이가 있다. 동국예술기획 박동국 대표이사다.

1989년 동국예술기획을 설립한 박동국 대표는 이듬해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정식공연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지난 23년간 ‘한국의 명인명무전’을 이어오며 관객과 예술가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해왔다.

추계예술대학에서 대금을 전공했던 그는 전통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공연기획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당시 민간기획사가 거의 없던 터라 박 대표를 바라보는 전통예술계의눈길은 의심 반 비웃음 반이었다. 첫 공연을 했던 국립국악원 직원과 원로 예술가들 역시 공연을 보기 전까지는 박 대표를 신뢰하지 않았다.

“공연 당일 공연자들 식사를 할 때였어요. 모두 연세 있고 지방에서 올라온 문화재급 어르신이었죠. 로비에서 도시락을 먹으려는데 (국립국악원) 직원이 공연장 로비에서 먹으면 냄새도 나고 음식물 흘리지 않냐며 핀잔을 주는데 너무 죄송스럽고 마음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잠시 후 눈이 번쩍 뜨일 일이 벌어졌다. 공연 1시간 전 수많은 관객이 찾아온 것이다. 현장 티켓팅만 하던 터라 두세 줄씩 서서 예매하는데 순식간에 매진된 것. 당시 국립국악원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했다. 자리가 없어 계단까지 앉아 공연을 볼 정도로 ‘명인명무전’은 대성공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을 하는데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와 사물놀이를 즐기며 한판 놀이마당이 벌어졌어요. 이후 직원들의 반응이 180도 달라졌죠.”

첫 공연 성공 후 20일 만에 소년소녀 가장을 돕기 위해 같은 공연을 무대에 올렸지만 고배의 쓴잔을 마셨다. 이를 통해 그는 같은 공연이라도 기획과 마케팅, 홍보가 관객 대상과 공연 성격에 따라 달라야 하는 것을 깨달았다.

두 번째 공연 실패 후 울산으로 도피 아닌 도피를 떠난 박 대표는 그곳에서 다시 자신감을 얻을 기회를 만났다.

울산 KBS 홀을 대관해 세 번째 공연을 올린 그는 당시 울산 김지웅 교육감의 열렬한 지원으로 성공을 거뒀다. 김 교육감은 한국의 넋과 혼을 담은 공연을 학생들이 봐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나서 공문을 보내고 직접 인사말까지 써줬다.

울산에서의 사건을 계기로 박 대표는 지금까지 명인명무전 76회와 소리와 몸짓 34회 공연을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하와이, LA까지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공연을 기획했다. 또 지난 1998년 에는 일본 도쿄, 후쿠오카 등 11개 도시 순회공연 전회 매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의 원형을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키고자 기획한 명인명무전은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박 대표가 기획한 공연을 인상 깊게 본 몽골 불교대학교와 미국 컴벌랜드대학교에서 그에게 각각 예술문화과학학 명예박사와 예술경영학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해외에서 공연을 보고 먼저 연락이 왔어요. 공연을 좋게 보신 모양이에요. 예술철학 분야는 직접 공부해서 박사학위를 받을까 생각 중입니다.”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긴 그이지만 마음 속 전통예술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정신없이 달려오던 박 대표에게 지난 7월 아픔의 순간이 다가왔다. 어머니, 아들 하며 30여 년간 인연을 이어오던 일인창무극의 대가 故 공옥진 선생이 생을 마감한 것이다. 박 대표는 공옥진 선생 생전 마지막 공연을 기획해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선생님과 저는 서로 대쪽 같고 고집이 있어 바른 소리를 서슴없이 하곤 했어요. 오랜만에 만나도 건강하실 때는 바쁘니 빨리 서울 올라가라며 성화셨죠. 병환 중에는 조금만 더 있다가 가라고 붙잡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박 대표는 내년 추모 1주기에 기념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또 공옥진 선생과 박 대표가 예술에 대한 애정을 나눴던 내용을 담은 책도 낼 예정이다.

우직하게 한 길을 걸어온 박동국 대표는 여전히 앞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7년 후 맞게 되는 30주년에는 명인명무전 100회 공연으로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우기 위해 계획하고 있다.

또한 그 역시 악기를 손에서 놓지 않고 연습하며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제가 60살 즈음에는 대금산조하고 가야금 연주, 한량무를 직접 무대에서 보여 드리려고 연습하고 있어요. 기획자로서 그 정도는 보여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우리 문화예술을 너무 사랑한다는 말을 끊임없이 하던 그의 손끝에서 전통예술이 꽃피고 우리네 예술가들이 춤을 춘다.

명인의 무대를 기획하는 또 한 사람의 명인이 된 박동국 대표. 그를 통해 아름다운 우리 문화예술 공연이 세계를 향해 나래를 펼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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