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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전략 ‘연미화중(聯美和中)’ 필요

“섬세한 외교 전략 추구”

[천지일보=김명화 기자] 한국과 중국의 전문가들은 한중 양국이 수교 20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양국이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관계가 진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관측한다. 이에 중국의 부상이라는 국제환경 변화를 맞아 현시점에서 한국이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외교 방향은 무엇인지 성신여대 김흥규 교수에게 들어봤다.

— 중국의 부상이 한중 관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는가.
한중은 이제 구조적 전환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 중국이 부상하던 초기 한중 경제는 서로 보완적이었고, 교역은 급속히 확대되었다. 이는 정치·안보적으로는 소원하였지만 한중이 서로 호감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중국의 부상은 한중이 더 이상 경제적으로 보완적이라기보다는 세계시장을 놓고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전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교안보적으로도 미중 간의 경쟁, 지역에서 중일 간 세력전이, 북한 (핵)문제의 와중에서 한중 양자 관계는 피할 수 없는 도전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중국이 부상함에 따라 자신의 국가 이익과 관련된 이슈들에 관해서는 더 강한 목소리를 내려 할 것이다.

민족주의적 성향은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 중국 지도부는 영토‧영해·주권문제와 같이 여론이 민감해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과거보다 유연한 정책을 채택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역사 문제에 대한 해석, 탈북자 문제, 문화적 갈등, 이어도 문제와 같은 다양한 영역에서 한중 양국은 문제해결보다는 마찰을 빚을 개연성이 더 커지고 있다.

— 최근 거대하게 팽창한 중국 세력을 ‘위협’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한국에게 위협이 될 가능이 있는가.
부상하는 중국을 인접국으로 두었다는 사실은 대단히 중요하다. 13억의 인구를 가진 거대한 시장이 매년 10%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의 빠른 부상의 가장 큰 수혜자다. 최근 한국의 번영과 경제 성장은 상당 부분 중국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의 부상이 어떠한 결과를 자져올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중국은 상당한 국내불안정 문제에 직면해 있고, 대외경제‧정치적 안정을 위한 비전과 전략은 부재한 실정이다. 당분간, 중국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계속 이어질 개연성이 크고, 이 자체가 위협이다. 아마 중국이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고 혼란스러워지면,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나라가 한국일 것이다.

— 한중 관계가 보다 강화될 경우 미국이 반발하지 않겠는가.
미중 간의 세력전이 과정에서 미중은 다 같이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제고하려고 할 것이다. 동시에 미중은 남북한이 미중관계의 변수가 되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 같은 차원에서 미국은 미사일 및 원자력 협정에서 한국의 요구에 긍정적으로 대응해 줄 개연성은 그리 크지 않다. 한반도를 관리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미중관계가 너무 좋아지면 우리의 의지나 이해와 관계없이 북핵 및 한반도 문제에 대해 미중이 합의해서 타결해 버리는 것이다. 미중간의 갈등이 강화되면 양국은 한국에 양자택일을 강요할 수도 있다. 이는 한국으로서는 극력 피하고 싶은 상황이고, 이 경우, 미중의 외교 역시 ‘실패’라고 규정해야 할 상황이다.

— 현시점에서 한국이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외교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연미화중(聯美和中)’을 제안한다. 미국과 연대하고 중국과 화합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냉전시기처럼 어느 한쪽에 편향된 정책을 취해서는 대단히 곤란하다. 답답하겠지만 그리고 확실한 답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일방을 선택하는 순간 우리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비용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이는 한반도의 안정을 추구하는 미중 역시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정책일 것이다.

모두와 다 같이 잘 지내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의 안보를 유지하고 동시에 복지와 경제발전을 같이 추구해 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명확하게 ‘이거다’라는 정답보다 같이 잘 지내면서 사안별로 서로 협력하고 갈등도 해 나가면서 공동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들이 필요하다. 21세기 초 새로운 세력전이가 진행되고 있다. 대단히 섬세하고 전략적인 사고를 가지고 종합예술에 준하는 외교를 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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