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누가 뭐라 해도 차기 대선에서 당선에 가장 근접한 후보는 역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다. 조만간 민주당 후보도 나올 것이고 장 밖의 안철수 교수도 있지만 야권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래서 더 역동성이 기대되는 측면도 있지만 자칫 스텝이 꼬일 경우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대선 정국은 그만큼 긴장도가 높기 때문에 사소한 실수 하나라도 대세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대선 로드맵은 상당히 불안하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상대적으로 가야 할 길이 간명하다. 간략하게 말하면 3개의 산과 2개의 바다를 건너야 한다. 3개의 산은 우선 박근혜 후보 자신을 넘어야 한다. 둘째는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을 넘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야권의 최종 대선 후보를 넘어야 한다. 뻔히 보이는 산이다. 그리고 2개의 바다는 먼저 지역의 바다를 건너야 한다. 영남에 고립돼 있으면 수도권으로 나갈 수 없다. 두 번째는 세대의 바다를 건너야 한다. 50대 이상의 기성세대에 천착하면 결코 2040세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이처럼 박근혜의 길은 산도 넘고 바다도 건너야 하지만 일단 길이 보인다. 바로 이 점에서 다른 대선 후보보다 유리하다는 평가다. 대선까지 시간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박정희 프레임은 독약이다

박근혜 후보는 길이 보이기 때문에 대선 행보에 더 탄력이 붙을 것이고 그래서 전략도 유리하다. 국민대통합의 깃발 아래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를 잇달아 예방하는 파격행보도 이런 배경이다. 혹자의 말대로 “어~ 박근혜가 바뀌네”라고 볼 수 있는 행보다. 겉으로는 통합이라는 명분을 제시했지만, 속으로는 박근혜 비토층과 중도층을 향한 구애의 메시지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러나 그 또한 선거전략이라는 점에서 좋은 일이다. 일단 박근혜 후보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은 확인이 됐다.

그런데 문제는 두 번째 산이다. 바로 아버지 박정희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애초부터 로드맵을 잘 잡았더라면 두 번째 산은 사실 우회할 수도 있는 길이었다. 그럼에도 박 후보는 5.16발언으로 본의 아니게 두 번째 산에서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민생이 중요하지 지금 과거를 얘기할 때가 아니라고 외쳐 봐도 별 소용이 없다. 그럴수록 박정희 프레임에 더 깊숙이 갇힐 뿐이다. 박근혜를 보면서 많은 사람은 ‘박정희의 유신체제’가 과거가 아니라 어쩌면 미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후보가 가장 신경 써야 할 40대가 그 중심에 있다. 40대는 그들의 청춘을 바쳐 민주화의 역사를 일궈냈던 중추 세대가 아니던가. 과연 그들에게 박정희 프레임이 통할까.

프레임 전쟁은 행위자들의 자의적 전략대로 실행되는 것이 아니다. 피하고 싶었던 프레임에 본의 아니게 갇혀 옴짝달싹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쩌면 박근혜 후보도 두 번째 산에서 아버지 박정희를 넘지 못하고 큰 상처만 입을 수도 있다. 3선 개헌의 반민주성, 유신체제의 폭력성 등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는 인혁당 사건의 피눈물을 끝까지 외면할 것인가. 이를테면 2013년 체제냐, 유신체제냐? 박정희 시대의 부활이냐, 새로운 미래의 개척이냐? 과거냐, 미래냐? 등등. 벌써부터 야권에서 들고 나올 프레임 전쟁의 구호가 눈에 선하다. 박근혜 후보는 피하면 안 된다. 아니 피할 수도 없다. 어떻게 화답할 것인지, 어떻게 이 두 번째 산을 넘을 것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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