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선 (사)한국기업윤리경영 연구원장

 

우리의 재벌그룹, 이들의 주력기업은 세계적으로도 대기업일까?
잘살고 성장하는 나라에는 대기업이 많다는데 세계적인 대기업은 얼마나 커야 할까? 미국 포춘지는 오래 전부터 매년 세계 500대 글로벌기업 리스트를 발표한다. 매출액, 국적, 종업원, 이윤 등의 통계를 발표해 오고 있는데, 굳이 알프레드 챈들러 교수의 말을 인용치 않더라도 이 리스트에 들어가는 기업은 글로벌 대기업이다.

지난달 포춘지는 2012 글로벌 500대 기업리스트를 발표했다. 2011년 매출액 실적을 기준으로 할 때 세계 37개 국가가 이름을 올렸고, 미국은 132개로 대기업 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그 다음으로 중국 73개, 일본 68개, 프랑스, 독일 각각 32개, 영국 26개, 스위스 15개, 우리나라 13개의 순이다. 중국은 지난해보다 12개 많은 기업을 추가하여 일본을 앞지르며 국가 순위 2위에 올랐다. 유로존 지역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은 2~4개, 우리나라는 1개 줄었다. 미국은 수년째 국가순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10년 전에는 197개 기업을 올렸으며, 15년 전 126개의 기업을 명단에 올린 일본 역시 기업 수가 급속히 줄고 있다. 국가의 경제성쇠에 따라 대기업의 수도 함께 변동한다.

글로벌 500대 기업에 들려면 얼마나 커야 할까? 작년기준으로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되려면 어림잡아 약 220억 달러, 원화로는 24.4조원의 매출실적을 올려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어떤가? 우리나라 기업은 중소기업기본법, 독점규제및공정거래법, 산업발전법에 의해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분류될 수 있다. 산업정책상 중견기업으로 추산하는 매출액 기준은 1000억 이상 약 3000억 원 미만의 수준이다. 이 상한기준은 글로벌 500대 기업 매출액의 약 1/100이다. 소위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 집단은 공정거래법상 총자산 5조 원 이상 63개 집단으로 이들은 1831개의 소속사를 갖고 있다. 1개 집단의 평균매출액은 23.2조 원, 소속기업 1사당 평균 126.7억 원이다. 우리의 1개 기업집단 소속기업 모두를 합해도 글로벌 500등 대기업의 매출실적에도 미달하는 실적이다.

개별기업들은 어떤가? 포춘 47개 업종 가운데 삼성전자만이 전자업종 글로벌 1위 기업으로 1489억 달러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다른 업종에서 글로벌 톱3에 오른 국내기업은 없다. 각 업종에서 글로벌 1위 기업에 대비한 국내 1위 기업 매출액은 포스코 33%, 현대중공업 64%, 현대기아차 46%, 이마트, CJ제일제당, 동아제약 등이 각각 1~2%에 불과하다. 글로벌 500대 기업에 우리 기업이 포함되지 않은 업종은 40여 개에 이른다. 그만큼 성장 여건의 확충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대기업으로 불리는 많은 기업들도 사실상 글로벌기준으로 보면 골목대장형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글로벌 경쟁양상으로 볼 때 우리 기업들이 더욱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탁상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대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경제사회 분위기가 확산되고 새로운 규제제도가 집중되면 성장은커녕 생존 역시 벽에 부딪칠 수 있다. 부작용을 시정하고 비리를 척결하되 대기업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정책조합이 필요하다. 밖에서는 외국기업들과의 소리 없는 전쟁에 긍긍하고 있는데 안에서는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은 아닌지 안타까울 뿐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