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論 1

고창수(1934~ )

너의 시(詩)로 하여금
가을 하늘에 알몸을 드러내고
간이 쓰리도록 무르익게 하여라.
별 하늘에 알몸을 드러내고
혼이 꿰뚫어 보이도록 무르익게 하여라.
서러움이 너의 목청에 잦아들어
핏발이 서면서 영글도록 두어 보아라.
핏발이 선 목소리가
저승의 하늘에 메아리치게 하여라.

한 생애를 살아가며 자신이 택한 삶을 흐트러짐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젊은 시절 시 쓰기에 모든 것을 바치던 시절, 그리하여 평생을 시로써 그 업을 삼고자 마음했던 시절. 그 마음의 맹세가 과연 얼마나 오래 우리에게 머물러 있었던가.
그리하여 우리 ‘가을 하늘에 알몸을 드러내고, 간이 쓰리도록 무르익게’ 할 그러한 시를 쓸 수 있었던가. 그리하여 ‘별 하늘에 알몸을 드러내고, 혼이 꿰뚫어 보이도록 무르익게’ 할 그런 시 얼마나 쓸 수 있었던가.
‘핏발이 선 목소리가 저승의 하늘에 메아리치게’ 할 그러한 시론을 지닌 시인이여. 온 생애를 퍼 올려 시를 쓰는 참으로 행복한 시인이 아닐 수 없구나. 그는 진정 자신이 택한 그 길을 묵묵히 헤쳐 나가는 사람이 아니던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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