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순휘 호국문화문학협회 사무총장
지난 8월 9일 새벽 3시 20분쯤 전남 장성군 삼계면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육군 대위 A(33)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여자 친구인 B(28)대위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B대위는 총소리가 나서 나와 보니 A대위가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을 외형적으로 보면 젊은 남녀장교가 서로 연애하는 사이였다가 멀리 전출간 여군 장교의 변심에 고민하던 남군 장교가 문제해결을 하고자 총탄을 휴대하고 부대를 무단이탈하여 여장교의 숙소를 찾아갔다가 심하게 말다툼을 했고, 뜻대로 안 되자 홧김에 총기로 자살한 사고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런 식의 사건은 사람 사는 세상이라면 발생할 수 있는 남녀연애사건이지만 장본인이 총기를 취급하는 현역 군인이기에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내재적으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 몇 가지 고언(苦言)을 겸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총기탄약 및 병원(兵員) 관리의 허술한 군기강에 문제가 있다.

군(軍)은 전시(戰時)를 대비해 인명살상에 가장 위험한 총기와 폭탄약을 관리하는 유일한 국가조직체이다. 이번에 발생한 사고에는 군의 총기탄약관리와 병원관리의 문제점을 노출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이 사건은 ‘군인이 소속상관의 허가없이 근무지를 이탈해서는 안된다’는 군인복무규율 제12조(직무유기 및 근무지 이탈금지)를 위반한 ‘군기강 해이사건’이기도 한 것이다. 군기(軍紀)는 군대의 기율이며 생명과 같고 군기를 세우는 목적은 지휘체계를 확립하고 질서를 유지하며 일정한 방침에 일률적으로 따르게 하여 전투력을 보존·발휘하는 데 있는 것인데 우리 군의 중심 실무계급인 대위급 간부의 단순한 연애사건으로 처리할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내재된 문제점을 찾아서 재발방지차원의 성찰을 해야 한다. 최전방 연천지역의 00부대에서 근무하는 A대위는 전날 일과를 마치고 자신의 K2 소총과 실탄 30발을 반납하지 않고 소지한 채 B대위를 만나기 위해 무단이탈을 했다. 더욱이 해당 연대는 A대위가 무장이탈해 경기도 연천에서 전남 장성에 있는 B대위의 아파트까지 350㎞ 이상을 자신의 차량으로 이동하는 동안 소총과 실탄의 미반납 사실을 인지하고도 신속한 상황조치를 못했다는 점과 강력사건예방차원의 병원추적시스템도 부재했던 안일한 상황파악도 군조직관리상의 군기강 해이문제로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둘째, 위관장교와 초급부사관 등 초급 군간부들에 대한 부실한 생활지도이다.

군에서 간부가 되면 통상적으로 사생활보장차원에서 상하급자 간에 간섭식의 생활지도를 자제한다. 따라서 의무복무차원의 일부 단기복무장교들의 생활은 무분별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초급간부들은 20대 초반의 미혼자가 대다수로서 인생의 여러 측면에서 미숙한 면이 많다. 따라서 결혼적령기를 전후한 위관급장교나 초급부사관에 대한 부대별 지휘관의 생활지도가 적극적으로 시스템화되어야 할 것이다. 각별히 군지휘관들은 인권침해요소를 배려한 인성교육차원의 건전한 대화를 통한 생활지도로 청년장교들의 여러 가지 군복무상의 애로사항을 처리해주어야 할 것이다. 군인복무규율 제25조에 ‘상관은 부하가 복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부하의 고충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고충처리의 임무가 명시되어 있다. 그러므로 부대 내 남녀간부간의 건전한 교제문화에 대해서도 지도할 필요성이 있다. 이번 사건도 A대위가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기까지 근무 중에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오랜 시간 보여 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휘관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고충처리차원에서 생활지도를 했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셋째, 초급간부의 남녀교제 관련 성군기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대대, 연대급 부대에도 초급여군간부들이 전입하는 군의 변화 속에 여군이 관련된 군간부들의 사건사고가 빈발할 뿐 만 아니라 영관급이상의 관련사고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여성에게 개방된 시대적 흐름에 군은 체계적인 간부관리시스템을 관련 군인복무규율과 성군기규정이 있지만 근본적인 군기강차원의 확립이 안 되고 있다. 작년에는 전북의 00사단에서 남녀 부사관 간에 부적절한 관계로 문제가 발생한 바도 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내부적인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보다 여군 병사를 일찍이 받아들인 미군의 사례와 관련규정 및 예방교육을 연구해서 조기에 현실적인 남녀군인들의 건전한 교제와 근무 기준을 새로운 병영문화로 발전시켜야 할 시대적 요구를 인식해야 한다. 군내의 교제가 어디까지가 사생활이고 어디부터 공무의 연장인가를 분명히 규정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 병영은 아직은 병영 내 남녀군인의 교제를 금기시(禁忌視)하는 전근대적인 인식의 틀에서 못 벗어나기 때문에 음성적인 교제문화가 각종 군기강문란사고의 원인이 되는 일면도 있다. 이런 일이 자칫 병영 밖에서 총기강력사건으로 변질된다면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다.

넷째, 초급간부들의 근무환경은 열악한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군초급간부들은 대부분 후방부대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전방과 산악해안 등 격오지에서 열악한 군생활을 해야 한다. 따라서 자기개성과 자기계발을 위한 욕구가 강한 신세대 초급간부들에게 군생활은 병사들 못지않은 어려운 스트레스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건전한 문화생활하기에는 근본적으로 제한된 상황이므로 군업무 외에도 일과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과거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발전이라고 하나 일반사회수준의 휴식시설차원에서는 웬만한 오피스텔보다도 미흡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소득 2만 달러와 런던올림픽 5위 국가의 초급 군간부 생활환경을 본다면 군의 부끄러운 단면적 현실을 쉽게 발견할 것이다.
각별히 미혼간부들이 주거하는 환경에 전격적인 예산투입을 통한 전면적인 개혁이 추진되어야 하고, 기본권차원의 복지시설개선을 확대해주어야 한다. 군의 전투력은 강한 초급간부가 만드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초급간부의 사기가 부대의 사기이며, 초급간부의 자신감이 바로 창끝전투력의 창출이다. 초급간부가 군에 자부심을 가질 때 비로소 강한 군대가 되는 것이다. 전투의 승리는 초급간부와 병사가 싸워이기는 결과라는 평범한 사실(fact)을 안다면 그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손자병법에 “兵者,國家之大事(병자,국가지대사)”라 하여 ‘국방에 관한 일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라고 했음을 상기한다면 국가간성인 초급간부들에 대한 양성과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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