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최근 초등학생 사이에서 소위 ‘티아라 놀이’가 유행이라고 한다. 아이돌 그룹 ‘티아라’의 왕따 사건을 본뜬 것이라고 하는데, 아이들은 친구 중 한 명을 ‘왕따’로 지명하고 다른 아이들은 카카오톡 등을 통해 그 친구를 괴롭히는 게임이다. 괴롭히는 데 동조하지 않은 학생들은 그 다음 ‘왕따’ 대상이 된다.

얼마 전 카카오톡에서 집단 언어폭력을 당하고 자살한 여고생 사건도 왕따 때문에 생긴 일이다. 10여 명의 남학생들이 한 여학생을 카카오톡 그룹채팅에 불러 약 1시간 동안 집단으로 욕설 메시지를 썼다고 한다. 견디다 못한 이 여학생은 가해 학생들을 가리켜 ‘내가 너에게 뭘 그렇게 잘못했니?’라는 유서를 써 놓고 아파트 11층에서 몸을 던졌다.

철없는 학생들 사이에 이런 왕따가 아무런 죄의식 없이 만연해 있으며 이는 분명 심각한 사회문제다. 이에 따라 많은 전문가들이 이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있으나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것도 문제다. 가장 훌륭한 방법은 가정과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이 절실하지만 자기중심적 사회가 되어 버린 오늘날의 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그것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것도 현실이다.

필자는 학생들의 이런 왕따 현상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편가르기 문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특히 편가르기 정치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미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당연한 것처럼 들리는 곳이 정치권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민주당은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불과 1년 전 러시아 대통령이 쿠릴열도를 방문했었을 당시, 왜 우리나라 대통령은 독도에 가지 못하냐며 비난했던 사람들이 지금 와서 딴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 가면 안 간다고 비판, 가면 간다고 비판인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 내편이 아니면 무조건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 정치 현실인 것을 보면 아이들이 배울까 겁부터 난다. 이러한 편가르기는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당내 유력 국회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보기 좋게 부결시켜 버렸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없애야 한다며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더니 ‘하지만 내편은 안돼’가 된 것이 오늘날의 정치 현실이다. 여야는 우리 아이들에게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고 싶고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이쯤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발생한 녹조현상을 두고도 편가르기가 벌어졌다. ‘4대강 탓이다’와 ‘날씨 탓이다’로 나뉘어 설전을 벌이고 있다. 묘한 것은 ‘4대강 탓이다’라고 주장하는 측의 면면을 보면 그동안 줄기차게 ‘반MB'를 주장해온 진영의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MB탓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에 충분하다. 몇 년 전 배추가격 폭등도 4대강 탓으로 돌렸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불과 몇 달 뒤 배추값이 떨어져 농민들이 밭을 통째로 갈아엎기 전까지도 그 주장은 계속되었다. 배추값이 떨어진 것도 4대강 때문인가?

야당이 잘했다, 여당이 잘했다, 4대강이 옳다 그르다를 논할 생각은 없다. 어디에 책임소재를 둘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사회에 만연한, 특히 정치권에 만연한 편가르기 문화를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혹세무민(惑世誣民)으로 국민을 속이고 국민이 분열하게 하며, 진실이 밝혀져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도덕적 책임조차 느끼지 않는 정치권이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사고를 하는 데 있어서 최대의 적이 된다는 말이다. 정치권도 죄의식을 못 느끼는데 어찌 아이들에게 죄의식을 따진단 말인가!

편가르기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배타적 사고(思考)다.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오로지 자기주장만 되풀이 한다. 그도 모자라 국민을 대상으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여 세상 사람들을 속이고 세상을 어지럽게 한다. 뿐만 아니라 자기 조직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면 도덕적 사고도 버리고 비논리적 비윤리적 비도덕적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정치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오늘날 우리 아이들이 정치권을 통해 도대체 배울 게 무엇인지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내 탓은 없고, 네 탓만 따지는 정치권을 보며 아이들이 무슨 죄의식을 가지고 왕따를 하면 안 되는지 바란단 말인가 말이다.

이제 정치가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배타적 사고(思考)에서 벗어나 협력과 상생의 정치, 서로 화합하고 서로 격려할 줄 아는 그런 정치를 보여 주어야 한다. 여당과 야당은 적이 아니다. 서로 친구가 될 수 있고 서로 화합할 수 있다. 도대체 서로 헐뜯고 적대시 하는 그런 문화는 어디서 누가 만든 것이란 말인가! 서로 칭찬해 주고, 서로 격려해주며, 서로를 존중하고, 국익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그런 정치를 보고 싶다.

그것이 이 나라에서 왕따 사회를 척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며, 아이들이 건강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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