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들을 가장 열광케 한 게임은 일본과의 축구 3-4위전이었다. 올림픽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밤을 잊고 살았지만, 일본과 한판 붙은 그날 새벽에는 특히 불을 밝힌 아파트가 많았다. 십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갔다 싶을 정도로 통쾌했다.

축구에도 분명 스타일이 있다. 요즘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축구에도 그 나라 사람들의 성격이 묻어나는 스타일이 있는 것이다. 일본의 축구는 섬세하고 가지런하지만, 간지럽다. 초밥을 썰듯이 자분자분 하나씩 썰어 가지런히 접시에 담아 놓은 것처럼 질서정연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비빔밤처럼 화끈하다. 개개인의 개성을 살리되 고추장 넣고 쓱쓱 비빈 것처럼, 화끈하게 질러 버리는 것이다.

축구에서 이기고 나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더니, 광복절을 전후로 유쾌하지 못한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우리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방문하고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왕이 제대로 사과하라고 하자, 일본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또 한일 양국의 통화스와프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통화스와프는 한일 양국이 외화가 부족할 경우 상호 융통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을 꾀하는 조치라는데, 유럽 금융위기가 악화하던 지난해 10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 규모를 기존 130억 달러에서 700억 달러로 5배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이 경제적으로 고삐를 죄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두고서 우리 안에서도 국면 전환용이니 영토 수호에 대한 확고한 의지니 하면서 갑론을박하기도 했지만, 일본에서 대응하는 방식도 결코 유쾌하지 않다. 똑같은 잘못을 저지른 독일과는 달리 일본 사람들은 자신들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2차 대전에서 패한 것이 도리어 분하고 분할 뿐, 자신들이 왜 사과를 하고 이웃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도무지 관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그러니 식민지 시절의 향수를 안고 있는 일본인들이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면서 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친다는 얘기가 있었고, 제국주의 시대 때 강탈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며 떼를 쓰고 있는 것이다. 덩치만 컸지 속은 철부지인 미성숙아인 것이다.

광복절을 전후해 방송에서 관련 특집 프로들을 여럿 내보냈다. 젊은 친구들은 하품 나는 소리라 할지 모르지만,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독립투사들을 보면서 누구나 가슴이 먹먹해졌을 것이다. 잃어 보아야 그 가치를 아는 법이다. 공기나 물이 그렇듯, 나라도 부모도 자유도, 있을 때는 그 가치를 모르다가 없어지고 나면 가슴을 치며 그것의 고마움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나라를 빼앗겨 본 적 없는 세대들은 그 모든 것들이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들이고 그래서 고마움조차 잊고 살지는 않는지.

일본은 우리뿐 아니라 중국과도 마찰이 심하다. 영토 문제로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다. 며칠 전에는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지역인 센카쿠 열도에 홍콩 사람들이 상륙작전을 감행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양국이 서로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우리하고 상관없는 일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중국이나 일본 모두 영토를 넓히려고 혈안이 돼 있고 우리도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이 무너지고 우리가 독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원자 폭탄 때문이었다. 아무리 평화를 사랑한다고 외쳐보아야 소용없다. 나라도 영토도 자유도, 다 힘이 있어야 지킬 수 있다. 해군기지도 그래서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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