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독도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겁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박정희의 ‘독도 폭파론(1965년)’을 비판하자, 박근혜 캠프의 조윤선 대변인이 내놓은 반박론이 지극히 불량품이다. 조 대변인은 “독도 폭파 발언은 일본 측이 한 것으로 돼 있다. 있지도 않은 사실마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왜곡하는 일을 그만두기 바란다”면서 문재인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의 비판은 옳다. 이미 공개된 관련 문서만 찾아봐도 뻔히 알 수 있는 내용이며, 학계에서도 이미 공유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조윤선 대변인은 기초적인 사실마저 파악하지 않은 채, 일단 부인부터 해놓고 나아가 상대방에 대해 역공을 취하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그가 새누리당에서도 드물게 한국외교사를 공부했던 전문가라는 점에서 그의 설명은 더 초라하고 실망적이다. 박근혜 앞에서는 역사적 사실마저, 지적인 상식마저 뒤집히고 마는 것인지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독도, 친일 기득권 세력은 할 말이 없다
독도는 우리에게 단순한 대한민국의 영토로만 머물지 않는다. 해방 이후 친일세력에게 독도는 거론하고 싶지 않은 ‘침묵의 대상’이었다. 괜히 일본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승만 정부 시절, 독도를 지킨 것은 민간인이었다. 이들 민간인 의용수비대가 독도 수호를 위해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을 때, 이승만 정부는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친일세력을 중용해 자신의 권력기반으로 삼았던 이승만 정부에게 이런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군사쿠데타를 통해 합법적 민주권력을 탈취한 박정희 정권에 독도 문제는 오히려 ‘폭파의 대상’이었다. ‘한일협정’을 통해 자신의 취약한 정통성도 보강하고, 거액의 배상금까지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마련됐건만 독도 문제가 갈 길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영토로 확실히 하자니 일본이 반대하고, 또 그렇다고 해서 독도를 포기하자니 국민의 분노가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폭파시켜 없애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실제로 당시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은 딘 러스크 미 국무장관과의 대화에서 ‘독도 폭파론’을 제기했을 정도였다(1964년 5월 27일). 물론 앞서 문재인 후보의 지적처럼 박정희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누가 부인하고 있는가.

그 이후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도 기득권 세력의 친일적 행태는 그대로 답습됐다. 말로는 ‘독도 수호’를 외쳤지만, 그들의 뼛속에는 여전히 독도가 ‘금기의 대상’에 다름 아니었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가 금지곡으로 된 사실도 우연이 아니었다. 물론 민간인들의 독도 입도마저 막히고 말았다. 일본에 잘 보이고 싶었던 사람들, 그래서 일본을 자극시키고 싶지 않았던 기득권 세력은 우리 국토의 막내마저 이런 식으로 취급했던 것이다. 그때까지도 독도는 민족의 눈물이었다.
그나마 독도 위상이 재정립되고 독도에 일부 시설물이 들어서게 된 것은 김영삼 정권 이후의 일이다. 기득권 세력, 특히 강경 보수세력이 유독 독도 문제에 약한 것은 이러한 친일의 역사, 우리 현대사의 비극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독도밀약’이라는 책이 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박정희 정권이 왜 독도를 폭파의 대상으로 생각했는지, 일본이 왜 저토록 독도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수백 번 외쳐본들 큰 의미가 없다. 그래서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더 돋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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