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이란 한국 공사관에 통보…다른 은행 모색

(서울=연합뉴스) 이란 중앙은행(CBI)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024110]의 계좌 이용을 중단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대금 원화결제계좌 이용 문제로 형성된 갈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CBI는 두 은행에 거래 중단 방침을 통보하고 한국 정부에 새 원화결제계좌를 개설할 은행을 물색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16일 금융권과 산업계에 따르면 이란 중앙은행의 미누 키아니 라드 외환담당 부총재는 14일(현지시각) 이란 주재 한국공사관 관계자들을 만나 우리ㆍ기업은행의 원화결제계좌를 더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은행에 거액의 수출입대금을 예치했음에도 예금 이율이 연 0.1%에 지나지 않다는 불만 등 때문이다.

주한 이란 대사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이란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자국을 압박하는 분위기에 편승한 두 은행이 폭리를 취하려는 데 분노한다. 두 은행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점도 거래 중단의 배경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BI 관계자는 거래 중단 방침을 두 은행에 서면으로 알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측은 아직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으며 원화결제계좌도 정상적으로 이용된다고 전했다.

CBI와 우리ㆍ기업은행 간 협약으로는 일방이 거래 종료 60일 이전에 서면 통보로 계좌이용을 중단할 수 있다.

키아니 라드 부총재는 원화결제계좌를 개설할 다른 은행을 물색해 달라는 요청도 한국 정부 측에 했다.

이란 측은 새 계좌를 개설할 은행으로 NH농협과 수출입은행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는 석유수입대금이 들어가는 CIB의 주 계좌(main account)와 수출대금이 빠지는 자(子)계좌(sub account)가 있다.

이란 측은 주계좌 예금 일부의 이자를 기존 연 0.1%보다 더 올리고 예금 일부를 채권 매수 등에 이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달 초 방한한 키아니 라드 부총재는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 이순우 우리은행장, 조준희 기업은행장 등을 만나 이런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이율은 6개월 정기예금 금리인 3%대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ㆍ기업은행 측은 이란이 금리 인상을 요구했을 뿐 정확히 3%대 금리를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두 은행은 이란 측에 제시할 협상안을 이르면 이날 오후에 마련할 예정이다.

해당 은행 관계자는 "협상 과정이므로 약간의 견해차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이 관계된 문제이니 이란 측의 입장을 최대한 수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원활하게 해결되지 못하면 이란에 수출하는 2천600개 중소기업은 대금 결제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

두 은행의 이란 원화결제계좌에는 약 5조원이 예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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