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선 67주년 광복절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념식 경축사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한층 거국적이며 거시적이면서, 국민과 동포들에게 자부심과 용기와 비전을 심어주는 내용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특히 광복절을 맞아 대통령으로서 ‘종군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촉구’를 단호히 함으로써 독도방문을 시작으로 일본 정부를 향한 일련의 강경발언이 일회성 내지 상투적 구호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기회로 삼았다는 점에서도 의미는 크다고 본다.

전문 가운데는 “광복의 ‘궁극적 완성은 평화적 통일’에 있으며 통일 한국이야말로 ‘더 큰 대한민국’의 도약대”라며 “정부는 상생공영의 길을 여는 노력에 더해 통일 준비도 착실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부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 하겠다.

이 대목에선 짚고 넘어갈 것이 분명 있을 것 같다.

광복 67주년을 기념하는 대통령의 기념축사에서 ‘광복의 궁극적 완성’이란 표현을 굳이 썼다는 데 대해 우리는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을 듯싶다. 그렇다. 듣고 보니 우리는 해마다 광복을 기념하면서도 실상은 온전한 광복의 상태는 아니었음을 깨닫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광복의 궁극적 완성을 ‘평화적 통일’에 두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필자는 평화적 통일이 온다 해도 이 또한 온전한 광복의 상태라고는 보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광복이 갖는 궁극적 의미는 표면적 광복과 함께 이면적 광복에서 그 의미를 찾아야 옳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면적 광복은 무얼 말하는가.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위안부문제를 포함한 과거사에 대해 진정한 참회가 담긴 일본 정부의 공식적 사과가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작금의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총 246만여 명의 전몰자의 위패가 안치되어 있는 곳, 이곳에 전쟁을 일으킨 전범들과 징용 등으로 끌려간 한국인 2만여 명도 같이 합사) 참배를 운운하며 과거 한반도 침략에 대해 미화시키는 작업이 중단되지 않는 한 진정한 광복은 요원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즉 ‘일본의 진정한 사과가 곧 우리의 궁극적 광복’임을 한일 양국은 인식해야 한다.

뿐만이 아니다. 잘못된 의식과 가치관 속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는 우리의 내면이 있다. 바로 이러한 사슬에서 해방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낡은 사상은 편파와 편견을 낳고, 다름과 틀림도 구분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화합과 상생 대신 분열과 다툼을 초래해 나라를 좀먹고 있는 것이다.

남과 북이 갈라진 것도 모자라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 노사 간, 종교 간 심화된 갈등은 결국 정치적 갈등의 핑계거리가 되고, 선거 때만 되면 정치적 논쟁의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금번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따른 여야의 반응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수준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준 단적인 예다. 민주국가에서 정책대결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도, 때론 정치적 의도에 의해서도 비판을 넘어 비난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당리와 당략이 국가의 안보와 안위보다 위에 있을 수는 없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금번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물론 대일본발언, 나아가 8.15경축사 등 일련의 발언과 함께한 행보는 시기적절한 통치자로서 결단력이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누구든 무슨 일이든 이중적 구조는 있는 법이다. 애써 가치를 평가절하시키는 행위는 정치적 주장을 넘어 자칫 매국적 행위로 오인돼 국민들의 저항에 휩싸일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견제와 협조의 조화’를 이뤄내지 못하는 미련하고 아둔하고 아집스런 정치인들, 남을 시기 질투하고 헐뜯는 데만 길들여진 부류에겐 아무 것도 맡길 수 없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 자신들이 행한 것은 자신들에게 다시 부메랑이 되어 그대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하루속히 잘못된 생각과 의식 속에서 벗어나게 해야 하고 우리도 벗어나야만 한다. 이것이 생각과 정신의 회복이요 광복이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이면적 광복이 또 있다면 갈기갈기 찢겨진 종교통일이다. 이 종교통일을 가져오기 전에 먼저 선행돼야 할 진정한 회개가 있어야 한다. 1925년 이후 민족의 성지인 서울 남산에 조선 신궁(神宮)을 짓고 조선 전역을 신사참배의 성역으로 만들기 위해 신사참배를 강요할 때, 일제의 총칼 앞에 목숨으로 신앙을 지킨 이들이 있었는가 하면, 기독교 지도자들은 일본 천황을 향해 절을 함으로써 하나님을 배반하고 말았다. 그 죄는 하늘에 사무쳤고 이 민족은 죄값을 치러야 했으니 바로 남북 분단이요 동족상잔(同族相殘)이었음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이는 육적 이스라엘이 솔로몬 때 하나님과의 언약을 어기고 이방신을 받아들인 죄로 남유다와 북이스라엘로 갈라진 역사와 다르지 않다. 종교지도자들이 하나님을 버리고 일본 천황신을 섬긴 사건은 곧 이 땅에 분열의 씨를 뿌린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회개할 때부터 종교는 하나 되고 회복될 수 있으며, ‘세계평화광복’이라는 궁극적 광복의 대업을 완성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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