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통일시민연대 이장희 상임공동대표 ⓒ글마루

[인터뷰] 평화통일시민연대 이장희 상임공동대표

[글마루=특별취재팀] 올해는 광복 67주년, 정전협정 59주년이 되는 해이다. 남북 분단의 아픔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끊이지 않고 거론되고 있는 독도 문제와 동북공정, 여기에 최근 발생한 소녀상 말뚝테러,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등의 문제로 한중일 간의 관계 및 남북 간의 관계가 한 발 더 멀어졌다. 이에 평화통일시민연대 이장희 대표를 만나 현재 국제 관계를 조명하고 진정한 광복을 맞이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 한중일 간 역사적 문제로 인해 계속된 마찰을 빚어왔습니다. 광복 67주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한중일 관계는 회복과 발전은커녕 더 악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한중일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90년대 이후의 국제 사회는 탈냉전, 탈이데올로기 시대로 접어들면서 협력과 화해,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한중일 세 나라 사이는 미래와 지역협력에 대해 얘기하지 못하고 아직도 국제사회의 흐름과 동떨어지게 진영외교와 이념 외교에 갇혀져 있다. 그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한중일 사이의 역사화해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이고 또 하나는 남북이 분단돼 있다는 것이다.

―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역사화해의 책임은 가해자에게 있다. 가해자가 먼저 가슴을 열어야 한다. 그러나 과거 가해자였던 일본 측에선 한국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범죄성과 불법성, 위법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군국주위와 재무장을 주장하는 정치 우익들에 의해 나아가고 있으며, 이것을 적극적으로 풀어가 새로운 역사의 장을 만들어야 할 한반도에선 오히려 그 사람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꼴이니 참으로 안타깝다.

― 그럼 이와 같은 현상이 왜 발생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한국이나 일본이나 역사의 중심세력에 서있는 사람들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1965년 우리가 식민지 지배를 청산할 때도 한국은 군사쿠데타 세력이 역사의 중심에 섰고, 일본은 1946년 포츠담선언에 기초해 도쿄에 국제전범재판소를 설치했다. 일본점령연합군 총사령부는 진주만 공격 당시의 내각각료(A급 전범), 필리핀 파견군 관계자(B급 전범), 일본 본토의 포로수용소 관계자(C급 전범) 등 39명(이중 2명 자살)에 대해 체포령을 내렸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 회부된 자는 28명뿐이었고, 한국침략과 학살 등 관련자는 제외됐다. 이렇다보니 우익 세력의 후예들이 계속 역사의 주도권을 쥐고 가면서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 한 일본인으로부터 말뚝테러를 받은 소녀상 ⓒ글마루

― 소녀상 말뚝테러와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관련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한일군사협정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이 사안은 ‘안보조약’이라는 명칭은 없지만 내용상 양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중요한 문제다. 이번 협정은 군사 안보와 관련해 우리 국방부와 자위대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 아주 민감한 사안이다. 정보를 주고받게 되면 서로 제약을 받게 된다. 즉 대북정책 등에 변화가 있을 때 일본의 허락을 맡고 정책을 변경해야 하는 등 우리 주권에 제약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중대한 문제에 대해 국민의 여론수렴을 할 수 있는 공청회든지 국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4월 가서명에 이어 국무회의에서 긴급사항으로 비공개 처리했다. 이는 절차법상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 한일군사협정의 파장과 그 의미는 무엇입니까?

한일군사협정은 대외적으로 북한과 중국 간에 신 냉정구조를 구성하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더불어 과거 식민지 역사 청산에 각을 세워야 할 마당에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격인 한일군사협정은 올바른 역사 인식에 방해가 됨으로 폐기해야 한다. 특히 이번 협정은 한일 간 군사협정뿐만 아니라 한미일의 3각 동맹으로 갈 수 있어 중국에게는 더 민감한 내용이다. 최근 워싱턴에서 한미 외교・국방 장관(2+2) 회의가 있었는데 여기서 한미일 등 해양세력이 대륙세력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일 간의 협력체제가 필요했기에 급히 처리된 것으로 보인다.

― 가깝고도 먼 나라인 동아시아 국가들, 이들이 하나 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첫째는 한중일 간 역사적 갈등 문제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고, 둘째는 한반도가 분단돼 있다는 것이다. 우선 국내적으로 역사왜곡을 바로 잡아야 하며, 우리 교과서에 위안부 문제와 독립운동 부분의 내용을 소홀히 다루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우리 스스로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 북한에 대한 인식도 필요하며 균형・다자협력 외교를 지향해야 한다.

― 광복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합니까?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은 미래가 없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바로잡고 지키려고 하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에 존경을 요구하긴 힘들 것이다. 먼저는 역사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들이 올바른 역사 인식으로 변화해야 하며 남북한의 분단 해소를 통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뤄야한다. 이때 우리나라는 진정한 제2의 광복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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