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루] ‘光復’ 잃었던 빛을 되찾은 날 창살에 갇힌 光復, 지금이 回復의 때(1)
[글마루] ‘光復’ 잃었던 빛을 되찾은 날 창살에 갇힌 光復, 지금이 回復의 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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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속에 들어온 식민지 현장

 

▲ 서대문형무소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독립운동가들의 모습 ⓒ글마루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글마루=특별취재팀] 시인 이상화는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대상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로 대변하면서 주권상실의 아픔을 표현했다. 언제나 한결 같을 줄 알았던 조국의 하늘과 땅이 더 이상 어제와 같지 않을 때, 사람들은 살아 숨 쉬고 있어도 살아있는 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소망이 있어 목 놓아 부르던 노래. 잃었던 빛은 언제고 다시 돌아오리라는 희망의 외침. 이렇듯 조국의 광복을 열망하며 자신의 모든 걸 내던진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광복된 땅에서 살아갈 수 있음을 감사해야 한다.

8월의 대한민국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높푸르며, 가슴 깊숙한 곳을 울리는 빛깔을 띠고 있는 듯하다. 일제로부터 강제병합을 당하던 1910년 8월 29일, 나라가 주권을 빼앗기는 수치를 당했다 하여 ‘경술국치’라 부르는 그날의 하늘도, 일제강점기 35년을 거쳐 광복을 맞이한 1945년 그날의 하늘도 모두 같은 8월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경술국치의 슬픔과 광복의 기쁨이 공존하는 하늘. 그렇기에 8월의 하늘은 더욱 푸르고, 또 더욱 애잔하다. 이에 글마루 팀은 광복 67주년을 맞아 조국의 광복을 위해 일제와 싸우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독립투사들의 흔적을 시작으로 서울시에 남아있는 일제강점기 당시의 흔적들을 찾아 나섰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남산 자락을 둘러싼 거리, 망우리공원에 이르는 길을 걷다 보면 우리가 잊고 살았던 우리네 역사가 눈앞에 다시 펼쳐진다.

우리가 항상 걷는 거리, 때로는 다른 이유로 찾는 그곳에서조차 우리는 아픈 역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역사의 흔적을 짚어가면서 만난 독립투사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지난 역사에 무관심했던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또한 독도 영유권 문제와 동북공정,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등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산재한 오늘날의 광복이 주는 의미와 숙제가 무엇인지 짚어보고, 진정한 광복이란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하자.

아이들이 모르는 이유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

▲ 1. 손톱찌르기 고문을 재현해놓은 모습, 2. 사형장으로 가는 길, 3.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됐던 12옥사 ⓒ글마루

“해방 이전까지 약 4만 명 이상의 독립운동가들이 투옥되어 고통당했던 장소이자 우리 민족의 독립을 쟁취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정신이 깃든 곳입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박경목 관장은 “올해 대한민국의 상황이 19세기 후반 국권이 흔들리고 외세가 침탈했던 상황과 여러모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운을 뗐다. 박 관장은 “당시 바르게 진행하지 못했던 역사 때문에 일제로부터 침략을 받았고 1945년에 해방을 맞이했으며 1948년 단일정부를 세워 독립하게 됐다”며 “67년이 지난 오늘 너무 많은 것들이 잊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독립과 해방이 갖는 의미를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전적으로 기성세대의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지 않았고, 모범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처절하게 피를 흘리면서 투쟁했던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 보고, (현재 우리 모습을) 반성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광복절에 한 일이라고는 ‘태극기 달기’가 고작이요 부족한 잠을 보충하거나 놀러 가기 바빴던 일상을 반성케 하기에 충분한 장소다.

보기만해도 아찔한 손톱 찌르기 고문, 사방이 대못으로 박힌 상자에 들어가 꼼짝달싹 못하는 상자고문, 몸뚱이 하나 들어가면 꽉 차버리는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새카만 독방, 그리고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한 채 끌려가야 했던 사형장…. 어디 하나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곳이 없다.

이곳을 찾은 아이들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고문받고 있는 사람의 피묻은 옷과 고통스러워하 표정, 고문을 자행하는 일본인을 유심히 살펴본다. 또 생존했던 독립운동가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을 통해 식민지 통치의 실상을 직접 들어도 본다. 독방에 들어가 창살 밖의 세상을 보기도 하고, 감방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두리번거린다. 옥사나 고문 체험실에서도 심각하기보단 해맑게 웃고 장난치고 떠들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기억 속 어딘가엔 가혹했던 고문과 노역, 독립열사들의 의연하면서도 살아있는 눈빛은 남아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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