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절을 닷새 앞둔 10일 오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경비대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것이 서도다. 현직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실효지배 영향 크지 않아"…"조용한 외교도 정답은 아냐"

(서울=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놓고 불거진 한일 양국 간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독도가 한국땅임을 대내외에 천명하고자 하는 포석으로 볼 수 있지만 이미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으면서 굳이 일본이 반발하는 상황을 만들어 국제적 논란거리로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실효적 지배 강화는 필수" = 독도 문제에서 일본에 우위를 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실효적 지배'를 굳건히 하는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한다.

실효적 지배란 국가가 영토에 대한 실질적 통치권을 평화적이고 충분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

국제법에서 실효적 지배 개념이 도입된 것은 1928년 팔마스섬 중재재판 때다.

필리핀 동남쪽의 섬을 두고 미국과 네덜란드가 다퉜던 이 사건에서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주인 없는 땅 선점 시 실효적 지배가 하나의 요건이라고 했다.

이 탓에 무주지가 아닌 독도에 실효적 지배란 말을 쓰면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국제 환경이 바뀌면서 실효적 지배는 최근 많은 분쟁에서 영토권 확정의 근거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영토 주권을 정당하게 하는 근거가 불완전하면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논리로 자주 인용된다.

에리트레아와 예멘 간 하니시섬 관련 중재재판이나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간 리기탄섬 분쟁에서 재판소들이 실질적 국가권한의 행사 즉, 실효적 지배를 영유권 판단의 한 요소로 인정한 것이 바로 그 예다.

따라서 실효적 지배로 영유권을 확정한 분쟁사례를 살펴보고 재판에서 실효적 지배의 증거로 채택된 조치를 독도에 적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 독도방문 도움되나 =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한국의 실효적 지배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와 관련, 북극해의 동부 그린란드를 두고 벌어진 덴마크와 노르웨이의 1928년 분쟁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덴마크의 손을 들어준 상설국제사법재판소(PCIJ)는 실효적 지배가 인정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첫 번째가 영토 주권자로서 행동하려는 의지나 의사의 표현이다.

덴마크가 다른 나라와 맺은 조약에서 동그린란드가 자신의 영토라고 계속해서 언급한 것이 이런 의사표현의 대표적 사례다.

또 하나는 국가가 그 지역에서 실제로 통치했다는 충분한 '표시'가 존재해야 한다. 영토관련법을 제정하거나 거주민을 처벌한 기록 등이 표시로 인정된다.

주권 행사를 가장하기 위한 일회성 행동이나 명목상의 입법활동은 통치 표시로서 보긴 어렵다.

이럼 점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실효적 지배의 첫 요건인 영토 주인으로서 의사 표현에 해당된다. 하지만 실제적 통치의 증거로 인정되긴 어려워 실효적 지배 강화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동북아역사재단의 남상구 박사는 14일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법적효력을 지닌다고 보기 어렵지만 영토주권을 행사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한 외교만이 답은 아니다" =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실효적 지배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이른바 '조용한 외교'가 바람직한 것일까.

외교통상부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도 조용한 외교라는 기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독도가 분쟁지라는 인식 확산은 득 될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토분쟁 시 한 당사국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아 영유권을 빼앗긴 외국 사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2008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해협에 있는 페드라 브랑카 섬을 두고 영유권을 주장하며 화제를 일으켰다.

당시 사건을 맡은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말레이시아가 이 섬에 대한 원래의 권리를 갖는다고 인정하면서도 영유권은 싱가포르에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ICJ가 싱가포르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간단하다.

싱가포르가 이 섬에 등대를 설치하고 유지하는 등 실효적 지배를 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가 이 섬의 영유권에 대해 문의할 때마다 섬에 대한 소유권을 직접적으로 주장하지 않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점도 참고됐다.

결국 이런 침묵이 그 섬이 자국 영토가 아니라는 암묵적 승인을 한 셈이다.

그래서 일본의 계속적인 도발에도 독도는 한국의 영토이므로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외교부의 입장은 일부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외대 이장희 교수는 "이 사례와 함께 2005년 리기탄 사건은 자국 영토였던 곳에 적극적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 영토의 주인이 바뀐 사례"라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이 묵인으로 인정돼 실효적 지배에 대해 우월한 증거를 제시한 국가로 영유권이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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