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재국 한의학정책연구원 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미국 등 선진국 관심 증가… 국내로 배우러 와
“조상의 숨과 얼 깃든 한의학 영원히 빛 발해야”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수천 년 동안 선조들에 의해 대대로 전해진 ‘한의학’. 그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한약’ ‘침’ ‘뜸’ 등의 전통적인 시술법에는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다. 또한 이제는 선진국에서도 인정하는 의술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한한의사협회 산하기관인 한의학정책연구원의 사명은 더욱 막중하다. 국민의 질병치료와 건강증진에 이바지하면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한의학정책연구원은 지난 2006년 한의협 산하기관으로 설립·운영됐다. 당시 이름은 한의학정책연구소다. 그러다 지난해 협회 정관 개정을 통해 한의학정책연구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특히 지난 4월 조재국(61) 한의학정책연구원 원장이 취임하면서 한의학 정책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조 원장의 약력은 대단하다.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조 원장은 미국 위스콘신대(메디슨)에서 공공정책학 석사, 미국 뉴욕주립대학교(버팔로)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청와대 보험재정 안정화 태스크포스 위원,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회장, 한국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조정실장, 보건의료연구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 정도면 자신감이 넘쳐 우쭐할 듯도 한데, 그의 언행에서는 고개를 숙일 줄 아는 사람의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그러면서도 그는 강한 리더자의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를 시작한 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내재돼 있는 어마어마한 내공이 느껴질 정도였다.

특히 그에게서 강한 인상을 받은 건 그가 한의사 출신은 아니지만, 한의사보다 더 한의학을 사랑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면 우수한 한의사들이 제 능력을 맘껏 뽐낼 수 있을까’ ‘한방과 양방이 서로 협력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의학이 더욱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게 그는 늘 한의학 정책의 나아갈 길에 대해 고민한다고 한다.

최근 한방과 양방 간에는 여러 가지 이슈가 있다. 그중 하나는 ‘한방에서 (양방의)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가’에 관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 조 원장은 치료가 아닌 진단을 위한 목적이라면 한의사들도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한 사람이 축구를 하다가 발목의 통증을 느껴 한의원에 내원했을 때, 진맥 등의 한방 의료만으로는 정확한 사유를 알 수 없습니다. 이때 의료기기를 사용해 뼈가 부러졌는지를 확인하면 빠르게 치료할 수 있습니다. 침을 놓을지 뜸을 뜰지 결정할 수 있고, 심각한 상황이면 정형외과에 가서 수술을 받게 할 수 있습니다. 시간과 경제적 비용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환자의 통증도 감소됩니다.”

이어 그는 ‘의료일원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양방과 한방이 각각 존재하는 이원화된 보건의료 시스템을 갖고 있다.

“한의사협회의 많은 회원들은 의료일원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장 의료일원화가 되지는 않습니다. 연구나 절차 등 다양한 준비도 필요합니다. 저는 의료일원화가 환자의 올바른 진료와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원화가 되면 의료계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 걸까.

그는 “한방병원에 치과의사가, 병원에 한의사가 있게 된다. 즉 한방과 양방의 조화가 병원 내에서 이뤄진다”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의료일원화가 되기 위해서 ‘통증과 단계별로 치료할 수 있는 지침서’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침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병원을 찾은 목 디스크 환자는 먼저 진단을 받고 치료에 들어간다. 통증에 따라 다르겠지만 A통증이 나타나면 침술로 치료한다. B통증이 나타나면 수술 치료를 한다. 지침서는 단계별로도 나뉜다. C 단계(증상)까지 침술로 치료 한 후, D 단계는 양방으로 치료한다. 그러다 E단계가 오면 다시 한방으로 치료한다.’ 이 같은 지침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예산 투자가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어 그는 의료일원화가 된다하더라도 한의학 또는 한약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양방에 밀려 한방의 처방이 줄어들거나 한방의 조제기법이 왜곡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한의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세계가 한의학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으로 한의학을 배우러 오는 외국인도 많다.

한의학의 서양인에게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서양인들이 양방의 한계를 인식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엄청난 연구비를 쏟아 한의학을 배우려고 합니다. 양방이 아무리 발달해도 (양방으로) 모든 질병을 완벽하게 치료하지 못합니다. 양방을 보충할 수 있는 다른 차원의 의학이 필요했고, 대체의학으로서 한의학을 선택하게 됩니다.”

‘비침습적 치료(통증이나 육체적 손상이 없는 치료법)’도 하나의 이유에 속한다. 신체의 한 부분을 절개한 뒤 수술을 하면 질병이 회복된다 해도 원래와 같이 완벽한 재생이 어렵다. 또 마취에 대한 거부 반응이 나타나면 합병증도 생기기도 한다. 이 때문에 흉터 없이 치료하는 한의학이 서양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 말미에 조 원장은 한의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통계자료 등을 구축하고 인재양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통계나 데이터베이스 등을 구축하는데 힘쓰겠습니다. 또 젊은 한의사들이 해외에 나가 개원하는 것을 돕겠고,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세계에서 한의학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은 조상의 숨과 얼이 깃들어져 있기에 소중하게 보존해야 합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