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박근혜 후보에 ‘불교인사 만남 이유’ 공개 요청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개신교계가 유력 대권 주자인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를 향해 종교편향을 우려하는 논평을 발표해 논란이 예상된다. 9일 한국교회언론회는 박근혜 후보가 전날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종단 대표자들과의 비공개 만남을 거론하며 특정 종교에 편향된 정치행 보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또 비공개 회의내용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박 후보는 8일 오후 3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에서 종단협 대표자들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는 종단협 회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한 태고종 총무원장 인공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직무대행 무원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혜정정사,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스님 등이 참석했다.
박 후보 측이 이날 예방을 마련하고 비공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종단협 지도자들에게 “불교계 현안 등을 잘 살펴 나가겠다. 불교계도 관심을 가지고 도와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회언론회가 불교계 종교지도자들을 예방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예비 후보를 겨냥해 공개적으로 종교편향을 제기했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 1, 2위를 차지한 유력 대권 주자인 박 후보가 특정 종교의 지도자들과 비공개로 만나 불교 현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은 뒷거래 의혹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언론회는 9일 ‘박근혜 대선후보의 지나친 종교편향을 비판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이들은 “박 후보가 불교계 인사들과의 만남을 요청한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지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교회언론회는 “금번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을 압박해 예산상, 정책상 특혜를 얻으려는 종교 단체의 개입행위는 중단돼야 할 것”이라면서 “이는 국민으로부터 종교의 신뢰성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회언론회에 따르면 박 후보는 17대 국회 때인 2005년 대구 팔공산 동화사에서 ‘선덕화’라는 법명을 받은 후 ‘폐사찰 복원법’을 공동 발의했다. 이 법안이 기한을 넘겨 폐기되자 지난 18대 국회(2009년)에서 ‘문화재보호기금법’으로 명칭을 바꿔서 발의해 5000억 원을 지원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교회언론회는 박 후보의 또 다른 파격적인 종교편향 특혜법이 어떤 모습으로 현실화될지 심히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박 후보를 “대표적인 불교편향 정치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불교계가 박 후보에게 요청한 사항 중 국민 세금과 국가의 정책지원이 수반되는 사안이 있다면 그 내용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교회언론회는 조계종 등 불교계에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이들은 “(불교계가) 예산과 정책의 특혜를 의미하는 ‘종교편향’이라는 용어를 실체도 없이 기독교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입히는 데 사용해 왔다”면서 “그동안 정치권과 지자체장들에게는 예산지원 특혜, 정책특혜, 불교계 인사에 대한 인사정책의 영향력 등을 끊임없이 요구해 오므로, 매우 이중적인 행태를 보여 왔다”고 비판했다.
한국교계는 현재 개신교 주요 단체들을 중심으로 ‘종교편향 기독교대책위원회’를 결성해 특정 종교의 정책 특혜를 비롯해 일부 정치인들의 종교편향 실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언론회 대변인 이억주 목사는 “신도들의 투표권과 종교적 영향력을 이용해 정치인들을 회유, 압박하는 무기로 삼아선 안 된다”며 “모든 종교는 국가예산과 정책지원을 얻어내려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산하 불교 종단들은 이번 교회언론회 논평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으며 여론의 추이를 살피면서 대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권 주자들이 종교인의 표심을 얻기 위해 교회, 사찰, 성당 등을 자주 찾고 있다. 개신교계의 이번 종교편향 주장이 향후 정치계와 종교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