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면서 일본과의 외교 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동안 미온적인 대응으로 구설에 올랐던 현 정권이 독도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이다. 그런데 혹자는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독도 문제를 건드리는 것은 일본에 말려드는 꼴이라는 의견을 피력한다.

그들은 “독도는 지금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고, 한국의 영토 주권은 확정적인 것이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쓸데없이 자꾸만 독도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이 독도 문제를 국제분쟁으로 부각시키려고 하는 일본의 의도(意圖)에 오히려 말려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식자층은 “독도를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독도에 대한 영유권은 현재 ‘국제법적으로 확정적(確定的)인 상태’이며 아무 일이 없이 시간이 지나가면 이러한 한국의 확정적인 영유권은 ‘더욱 공고(鞏固)하게 응고(凝固)될 것이다’”라는 안이한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독도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 영유권 침탈행위에 대해 한국의 부작위의 축적은 국제법상 묵인으로 간주되어 독도 영유권의 실효적 지배를 약화시킬 수 있다. 우리 정부는 1999년~2011년 4월 초까지 지난 12년간 신한일어업협정에서 독도 영유권 침탈 독소조항에 대해 사실상 방치해왔다. 일본은 지난 12년간 이것을 근거로 더욱 독도 영유권에 대한 침탈행위를 빈번하게 공격적으로 행하였고, 우리는 지난 12년간 이에 대해 무시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한국 정부 측의 국제법 법리에 관한 무지(無知)와 이론상의 혼돈(混沌)들이 일본 측을 고무(鼓舞)하여 독도에 대한 무리하고 공격적인 영토권 주장을 유도(誘導)하고 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특히 1999년 신한일어업협정이 독도영유권을 훼손하는 명백한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지난 12년간 방치한 것은 독도영유권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 1951년 ICJ 가 판결한 ‘영국과 노르웨이 어업분쟁사건’의 판결이 우리에게 묵인에 대한 3가지 기준을 제시하여 주어 독도문제에 좋은 교훈이 된다. 그러므로 일본의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에 대한 우리 정부의 소극적 무대응 정책은 국제법상 묵인의 효과를 가져와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약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독도문제의 국제분쟁지역화, 나아가 국제사법재판소제소에 지나치게 과민 반응했다. 이것이 일본의 치밀한 작전의 하나일지 모른다. 분쟁지역화 및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우리가 독도문제에 대한 일본의 잘못된 주권 훼손적인 주장에 대해서도 묵인하고 방치하는 조용한 외교를 편 것이 독도영유권 확보를 하는 데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대부분의 역대 정권은 그동안 일본의 왜곡된 주장에 대해 민간단위까지 적극적 대응을 제지해 왔다. 주지하다시피 국제사법재판소의 관할은 임의관할권이기에 아무리 우리가 법적으로 확실한 유리한 증거를 가져도 제소 당시 재판부 구성, 국제적 여론 그리고 한일 간의 협상력의 우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한국에 불리할 때에는 언제든지 제소를 거부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기본적으로 독도영유권의 실효적 지배를 위해 일본이 우리의 실효적 지배조치를 사사건건 항의하는 법적 근거로 활용되고 있는 ‘신한일어업협정’의 종료 통고와 관련 대비책 마련, 국회의 영유권 관련 법률 즉시 처리, 정부의 독도영유권 강화 정책 사업의 차질없는 수행, 우리 학교와 국민에게 독도교육 강화, 국제사회와 일본 시민사회에 독도의 진실 적극 홍보, 그리고 일본의 부당한 주장에 대해 강력하고 지속적인 중단 요구 등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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