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 경선 선거인단 모집이 본격화됐다. 누가 더 많은 사람을 선거인단으로 모집하느냐, 다시 말하면 누가 더 동원 역량이 좋으냐의 경쟁이 시작됐다. 좋게 말하면 지지층의 저변을 넓혀 당 경선 레이스에 역동성과 흥행성을 높이려는 전략이고, 나쁘게 말하면 또 사고를 칠 수도 있는 무한 조직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컷오프를 통해 민주당 대선 후보는 5명으로 압축됐다. 당 안팎의 여론을 종합하면 지금까지는 문재인-손학규-김두관 순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물론 아직 본 경선이 시작되지 않았을 뿐더러 여론조사와는 달리 국민참여경선은 또 다른 판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남은 변수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 시점에서 세 후보가 갖는 판세의 흐름을 개략적으로 가늠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표상은 쉽게 바뀔 수 있지만 흐름은 물줄기와 같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여론의 추이에 더 주목하는 것이다.

민평련과 손학규

간단하게 말하면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는 확장성의 한계가 너무 커 보인다. 괜찮은 이미지와 품격을 갖춘 후보이긴 하지만 국민 속으로 들어갔을 때는 ‘각인된 이미지’가 너무 커 보인다. 따라서 민주당 그룹에서는 1위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박근혜 후보와의 본선 경쟁력엔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김두관 후보는 엄청난 스토리를 가진 잠룡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좀처럼 수면에 부상하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 불안정하고 메시지가 약하다 보니 도대체 뭘 말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스토리는 좋은데 텔링에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아마 김두관 캠프 쪽에서는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손학규 후보에 대한 평가는 왠지 가는 곳마다 풍성하다. 가장 잘 준비가 돼 있는 후보라든지, 안정감과 품격을 갖춘 보기 드문 인물이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전문가 그룹에서는 오래전부터 콘텐츠가 가장 좋은 대통령감이라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이만하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도 견줄 만하다. 그런데 지지율이 문제다. 어떻게 된 일인지 박근혜 후보는 물론이고 문재인 후보한테도 밀리고 있다. 이래서는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런데 최근 손학규 후보에게 적잖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문재인 후보 상승세가 주춤하고 김두관 후보의 추격세가 꺾이는 사이, 손 후보가 소리 없이 치고 올라간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후보와 사실상 양강구도를 형성했다거나, 장 밖의 안철수 교수와 세팅하기 가장 좋은 후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른바 ‘손학규 재발견’이다. 게다가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가 얼마 전 지지후보 1위로 손 후보를 꼽았다. 고(故) 김근태 의원과 손 후보가 옛 친구로 다시 조우하는 느낌이다. 그 의미와 상징성 또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손 후보는 스스로 국민통합과 일자리, 민생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구호만으로는 안 된다. 국민통합과 일자리, 민생을 외치지 않는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손 후보가 가장 잘 하는 방식으로 이를 구체적인 상품으로 만들어서 국민에게 배달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의 구체성과 소통의 현장성을 결합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손 후보의 진정성과 차별성, 콘텐츠가 빛을 낼 수 있다.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콕 찍어서 간명하게 말해야 한다. 이를 통해 그 특유의 강점이 살아난다면 대선 정국 대반전의 주인공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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