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로봇/인지융합연구부 공학박사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핵가족화와 개인주의가 팽배해짐에 따라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장애인들의 수발을 잘 들어줄 사람들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평균 수명이 세계 최고 수준에 있고 1인 가구 수도 유난히 많은 일본에서는 간병 수요가 어느 나라보다도 높아, 부족한 간병인을 대신할 로봇의 개발과 실용화가 일찍부터 시도되어 왔다.

2004년 츠쿠바대학의 산카이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외골격형의 착용형 로봇 ‘할(HAL)’을 실용화하기 위하여 ‘사이버다인(Cyberdine)’이란 회사를 창업하였고, 이를 노인이나 장애인들의 근력을 보조하는 제품으로 특화시켰다. 2005년 아이치엑스포에서는 보통 사람들의 힘을 HAL 로봇으로 배가시켜 시멘트 포대 여러 개를 힘 안 들이고 들어내는 슈퍼 파워를 보여준 바 있었으나, 이후 정상인의 근력 증강보다는 노약자의 근력 보조에 더 주력하여 현재 200여 대가 노약자 시설에서 활용되고 있다. 하반신용 HAL은 15㎏의 무게를 갖는데 하반신 움직임이 불편한 노약자의 미약한 생체 운동신호를 센서로 감지하여 모터의 힘을 통해 보행을 도와주게 된다. 비슷한 제품으로 이스라엘의 아르고메디컬사는 2008년 목발을 활용한 외골격형 로봇 ‘리웍(ReWalk)’의 시제품을 발표하여 임상시험 중에 있고, 미국 캘리포니아의 버클리바이오닉스라는 회사는 2010년 말 하지마비 환자용 외골격 로봇 ‘이레그스(eLEGS)‘를 발표한 바 있다.

HAL이 노약자의 물리적 장애를 보조해 주는 로봇이라면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의 시바타 박사가 개발하여 2004년에 상용화한 물개 모양의 로봇 ‘파로(PARO)’는 노약자의 심리적 장애를 치료해 준다. 파로는 머리를 쓰다듬는 것 같은 사용자의 스킨십을 촉각 센서를 통해 감지하고 사람의 심리적 특성을 고려하여 눈짓과 몸짓 또는 소리로 반응하게 되는데, 세계 여러 의료복지 시설에서의 실증시험을 통해 애완동물 대체는 물론 심리치료에도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었다.

한편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와 도카이고무공업(TRI)은 공동연구를 통해 침대와 휠체어 사이에서 노약자를 두 팔로 들어 옮기는 바퀴 달린 로봇 ‘리바(RIBA)’를 개발하여 첫 모델을 2009년에 발표하였다. 현재 리바는 두 번째 모델로서 총 22 자유도에 키 140㎝ 몸무게 180㎏의 백곰 모양을 하고 있으며 61㎏까지 들어 옮기는 것이 가능한데, 실용화 연구를 통해 2015년 상용화될 예정에 있다.

또한, 세콤(SECOM)은 손의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밥과 반찬을 떠먹여주는 식사보조 로봇 ‘마이스푼’을 개발하여 2002년부터 발매하였고, 일본과 유럽 7개국에 지금까지 300여 개를 판매하여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상과 같은 일본에서 ‘개호(介護) 로봇‘이라 불리는 노약자의 간병로봇이 이제 실용화의 전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30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고령자 급증에 따른 간병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하여 간병로봇에 대해 공적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경제산업성과 후생노동성은 올해 안에 보험을 적용할 로봇의 종류를 정하고 2015년부터 해당 로봇에 대하여 이용료의 90%를 보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로봇이 보험적용 대상이 되면 보급이 확대되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기술의 완성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가까운 미래에 노약자의 필수품으로 간병로봇이 자리 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약자들이 가장 원하는 소망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라 한다. 간병로봇은 힘들고 고된 일을 불평 없이 해낼 수 있기에 독립적인 생활의 소망을 이루는 데 더없이 좋은 물건이라 할 수 있겠다. 노약자들과 감성적인 교감까지 가질 수 있는 로봇이라면 더더욱 유용할 것이다. 로봇들이 너무 서비스를 잘해서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나 인척들이 잘 들러보지 않을 우려가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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