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이 팔월은 우리에겐 참으로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무엇보다 67년 전 광복의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그 날의 광복의 기쁨과 기념은 잠시 뒤로 하고 왠지 슬프고 아프고 우울한 심정인 것은 왜일까.

일제의 만행은 67년 전 종결된 게 아니다. 어쩌면 이 순간 더 야비하고 잔인하게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달 말 일본 정부는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임을 밝히는 내용이 담긴 ‘일본방위백서’를 각료회의를 거쳐 공식 발표했다. 1970년 이래 발간되는 일본 방위백서를 통해 1978년에 최초 명시된 후 주춤했다가 1997년에 다시 부활하면서 올해로 8번째 독도가 일본영토임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시론’을 통해 독도문제에 얽힌 한‧미‧일의 미묘한 관계를 밝혀 왔듯이, 여기에는 한‧미‧일의 역사적이며 역학적 관계가 있다. 이를 일본은 적절하고 교묘히 이용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묵인하고 있고, 한국은 말려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의 독도 문제인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의 기초 위에 일본은 정부의 일관된 정책과 국가관이 작용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정권마다 정책입안자들의 생각과 가치관에 따라 독도문제를 바라보는가 하면, 늘 국민의 성화에 못 이기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대처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과 같이 분쟁지역을 국가에서 집중해 다루는 전문연구기관이 없이 그때마다 임시방편적 대책을 발표한다는 점 등은 국민들의 심기를 늘 불편하게 할 뿐더러 불안하게 하기에 충분하다는 점을 기억해야만 한다.

또 요즘은 ‘국가안전위해죄’로 중국에 강제 구금됐다가 114일 만에 풀려난 북한 인권 운동가 김영환 씨 고문 파문이 외교 문제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중국과의 외교마찰을 우려해 조용히 해결하려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민들 또는 인권단체의 저항에 못 이겨 ‘대변인 논평’보다 강한 ‘대변인 성명’이라는 강수를 둬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고 한다.

이제 작금의 이 두 가지 사안을 놓고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일제 식민치하로부터 해방과 광복을 맞은 게 틀림없다. 그리고 그 광복은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피의 대가로 얻은 광복이기에 더 소중한 것이다. 이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그들의 사슬(沙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들의 총칼로부터는 해방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남겨놓고 심겨놓은 잔재,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것도 있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들이 세뇌시키고자 했던 사상과 정신이 우리의 생각과 저변에 아직까지 남아 맴돌며,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찾고 회복하는 데 걸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몰지각한 나라들, 우리는 그 틈바구니에서 참으로 오랜 세월 잘도 견뎌온 민족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에겐 지울 수 없는 의식과 가치관이 형성돼 왔다. 그것은 뭐겠는가. 바로 ‘패배의식’ 내지 ‘우유부단’이다. 굳이 다르게 표현하자면 식민사상이요 사대사상이다. 독도문제,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 씨 문제 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그 이유는 바로 ‘패배의식’ ‘우유부단’과 같은 의식이 먼저 우리에게 작용했고, 저들은 우리의 이러한 의식을 약점 잡아 잘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우주의 중심이요 인류의 지도국이 될 이 민족을 저들은 한마디로 종의 근성을 가진 비참한 나라로 전락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원래 우리 민족은 지혜가 출중했고 총명했고 용맹했다. 그리고 금번 런던올림픽에서도 대한의 약관의 아들딸들이 사격과 활로 금메달의 쾌거를 거두듯, 원래 말을 타고 대륙을 질주하며 활을 쏘며 호령하던 기마 민족이었다.

그래서 주변국에선 늘 동경의 대상이요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나라 동이족(東夷族), 바로 우리 민족이다.

그러나 언급했듯이 언제부턴가 우리는 약소국의 신세로 전락했으며, 주변국을 호령하던 민족에서 주변국의 눈치를 보며 우유부단한 국정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나라가 되고 말았는지 가슴깊이 반성하고 되돌아 봐야 한다.

이제 이 팔월을 맞으면서 다시 우리는 기지개를 펴자. 그리고 육신의 광복이 아닌 정신, 즉 생각과 의식과 가치관의 자유를 찾아 나서자.

그리고 중요한 것은 67년 전 조국광복을 위해서 종교를 초월해 민족의 독립을 위해 하나 돼 싸우고 순교했던 그분들이 있었던 것처럼, 이 시대 진정한 광복을 위해서도 탓만 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어리석은 우리가 돼서는 안 될 것이며, 백성과 나라와 인류를 위해 희생하는 참 광복군이 요구되고 있음을 명심했으면 한다.

“우리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일본도 아니요, 이완용도 아니다. 우리나라를 망하게 한 책임자는 누구냐? 그것은 나 자신이다. 내가 왜 일본으로 하여금 내 조국에 조아(爪牙)를 박게 하였으며, 내가 왜 이완용으로 하여금 조국 팔기를 용서하였소? 그러므로 망국의 책임자는 나 자신이오. (안창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