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 진보의 재구성
[정치칼럼] 진보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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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정치평론가

어느 정당이든 국민과 싸워 이기려는 정당은 없다. 이길 수도 없을 뿐더러, 국민과 싸워 이기는 정당은 이미 정당으로서의 존재가치가 없다. 독일 사민당을 비롯해 진보성 강한 서구의 정당들도 국민의 눈밖에 났을 때가 바로 최대 위기였으며, 또 그럴 때마다 스스로 강력한 쇄신과 개혁을 통해 국민 속으로 들어갔다. 따라서 국민의 기대를 송두리째 메치면서 그들만의 패권주의적 담합으로 살아남은 정당은 없다.

불행하게도 최근의 통합진보당 모습은 최악 그 자체이다. 한국정치를 대표하는 진보정당으로서의 자존심과 명예도 없고,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도덕적 가치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상식과 여론, 쇄신과 진보의 가치를 짓밟으며 오직 특정 정파의 이익에만 헌신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국민과 싸워 이기려고 하는 오만하고 맹목적인 언행마저 넘쳐 난다. 감히 고언을 하자면, 이제 통합진보당은 죽었다.

낡은 것을 버리고 더 큰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강기갑 대표 체제의 성립은 통합진보당이 혁신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길이었다. 뒤이어 심상정 원내대표 선출은 금상첨화였다. 이로써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을 비롯해 구당권파 핵심 인물들을 청산하고 외부의 진보적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새로운 통합진보당’으로 나아가는 길은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어찌된 일인지 마지막 관문에서 김제남 의원의 태클 한 번으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돼 버렸다. 굳이 김제남 의원을 탓하고 싶진 않다. 그 또한 구당권파의 아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사실도 모르고 밀어붙인 신당권파의 무능과 오판, 전략 부재가 참으로 어이없고 딱할 따름이다. 오히려 구당권파의 막판 뒤집기가 참으로 놀라울 정도였다. 누가 보더라도 통합진보당 대세는 신당권파의 것이었고 국민 여론도 그들 편이었다.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강기갑 대표, 심상정 원내대표는 그 좋은 기회마저 놓치고 말았다. 이로써 당 혁신의 마지막 기회마저 날아가 버린 셈이다. 그럼에도 배신에 분노하고 당 혁신의 마지막 기회를 놓쳐버린 것에 비통해하기엔 시국이 너무 엄중하다. 안으로는 진보정치의 위기가 벼랑 끝에 와 있고, 밖으로는 18대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진보정치의 재구성이 시급하다. 통합진보당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대로는 대선 때도 야권연대를 할 수가 없다. 국민적 역풍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단해야 한다. 낡고 병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창출해야 한다. 진보정치의 판을 새로 짜야 한다. 통합진보당에 진보정치의 간판을 맡길 수는 없다. 그것은 진보정치의 조종을 울리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진보정치의 재구성, 물론 현실적으로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신당권파가 이대로 눌러 앉는 것은 공멸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는 통합진보당을 탈당해서 새로운 진보정당을 창당하는 것이 그나마 차선책이다. 통합진보당 밖의 더 많은 진보세력을 규합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그리하여 진보정치의 정통성을 잇고, 연말 대선 정국에서도 야권연대라는 지지층의 기대에 호응해야 한다. 그 결과 정권교체에 기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보정치의 새로운 가능성과 신뢰를 회복한다는 점은 더 큰 결실이 될 것이다.

진보정치는 지금 최대 위기이다. 그러나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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