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랑 꼭두박물관 관장

2004년 서울에서 세계박물관대회(ICOM 2004 SEOUL)가 개최됐다. 세계박물관대회는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가 3년마다 개최하며, 31개 국제위원회가 분야별 회의를 갖는 대규모 국제 행사이다. 전 세계 150여 개국의 2000개의 박물관과 전문가 2만 8천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ICOM은 유네스코(UNESCO) 자문협력기관으로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다.

ICOM의 58년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개최된 서울대회는 그 주제가 ‘박물관과 무형문화유산(Museums and Intangible Heritage)’이었고,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 등 전 세계 유명 박물관의 관장을 포함하여 2500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참석하였다.

대회 셋째 날인 10월 5일에는 ‘아시아 미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이 열렸는데, 나의 발표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사회는 미국 보스턴박물관 명예 큐레이터인 우퉁 씨가 맡았고, 발표자는 중국 북경 고궁박물관전시 부장 안롱빈, 스웨덴민족학박물관 아시아 컬렉션 수석 큐레이터 하칸 발퀴스트, 그리고 한국에서 예술의 전당 서예관 큐레이터 이동국 선생과 내가 함께하였다. 참석하게 된 계기는 옥랑문화재단에서 국제전시교환위원회(ICEE: International Committee for Exhibition Exchange)의 심포지엄 ‘아시아미술 전시교류의 활성화에 대하여’를 적극 후원하게 되면서 이루어졌다. 거기에서 외국의 박물관 관계자들에게 처음으로 한국의 꼭두가 소개되었고, 참석자들의 많은 관심과 질문이 쏟아졌다.

그 일을 계기로 하여 외국에서 꼭두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그리고 2007년 7월 코리아 소사이어티 창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꼭두가 뉴욕에 초청을 받아 전시되었고, 이후 4년 동안 미국을 순회하며 꼭두 전시가 이루어졌다. 꼭두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2만여 점의 꼭두 중 엄선된 74점이 뉴욕을 시작으로, 코네티컷, 노스캐롤라이나, 오레곤, 일리노이, 캘리포니아 UCLA 파울러 박물관의 순서로 전시되었다.

그러면서 꼭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의전통문화를 미국인들에게 널리 보여주었다. 미국 전시에 맞춰 간행된 ‘한국의 나무꼭두: 또 다른 여행의 동반자’도 미국 언론에 알려져 좋은 평을 받았다. 꼭두 전시에 관한 기사는 유명한 뉴욕타임즈지에도 게재되었고, 다양한 언론으로부터 한국적 특색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유물로서 주목을 받았다. 뉴욕타임즈는“한국의 꼭두가 귀족이나 양반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기 때문에 독특하다”고 논평했다. 또 “매우 엄숙하며 금기시된 장례예술과 달리 재미있고 친근하며 심지어 귀엽기까지 하다”고 덧붙였다.

꼭두는 한국인의 독특한 생사관을 살펴볼 수 있는 유물이다. 삶과 죽음을 단절로 파악하지 않던 한국의 전통은 죽음을 지금의 우리처럼 낯설게 여기지 않았다. 삶과 죽음의 두 세계를 이어주는 꼭두를 보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가 아니라, 따뜻하고 밝은 분위기의 꼭두를 우리가 마주한 경험이 있다면 아마도 우리의 삶의 자세는 이전과 같아질 수 없을 것이다. 악기를 연주하고 재주를 부리는 꼭두, 남을 배려하는 정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꼭두를 보면 저절로 감동이 몸에 스며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의 생활에서 꼭두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우리가 꼭두를 잊고 있는 반면, 외국에서는 꼭두의 가치를 주목하기 시작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의 문화행사 일환으로 꼭두가 전시되고 있으며, 오는 8월 24일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이하여 북경수도박물관에서 이루어질 전시에서 꼭두는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꼭두는 아직 국가지정 문화재가 아니다. 하지만 꼭두의 문화적, 예술적 의미가 드러나게 되면 틀림없이 꼭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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