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지유림 기자] 뇌물을 준 이유로 군인 연금을 깎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심준보 부장판사)는 승진청탁과 함께 상관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해임된 전직 군인 권모(48) 씨에 대해 군인연금법상 뇌물수수는 금품을 받는 것만 의미하기 때문에 뇌물을 준 이유로 연금을 감액할 수 없다고 1일 판결했다.

전직 공군인 권모(48) 씨는 지난 2009년 상관에게 승진 청탁과 함께 1000만 원의 뇌물을 제공한 사실이 들통 나 보직 해임됐다.

이후 전역한 권 씨는 퇴역연금 및 퇴직수당을 청구했지만 국방부는 이 같은 사실을 근거로 연금의 25%를 깎아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권 씨는 군인연금급여 감액사유인 금품·향응 수수란 받는 행위를 지칭하기 때문에 뇌물을 줬다는 이유로 연금을 감액한 처분은 위법하다며 군인연금급여재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권 씨는 재판에서 한국법제연구원의 영문법령집이 ‘수수’를 ‘Receive(받다)’로 번역한 점, 형법·조세범처벌법에서 받는 행위와 주는 행위를 ‘수수’와 ‘공여’로 구별한 점, 일상적으로 수수는 ‘주고받다(授受)’보다 ‘거두어 받다(收受)’로 더 자주 사용된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재판부는 “군인연금법 퇴직급여 제한규정의 취지는 외부인에게 뇌물·향응을 ‘받는 것’을 공제해 군 내부 비리 척결하는 것이 취지”라며 “비슷한 취지의 공무원연금법 역시 수수를 ‘받는 것’으로 보고, 국민권익위원회가 발간한 공직자 행동강령 관련 책자도 수수를 ‘받는 것’으로 규정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행정처분의 근거 규정이 불명확하면 처분 대상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군인의 금품·향응 제공을 제재할 필요가 크더라도 별도의 법적 근거 없이 규정을 확대 해석해 행정처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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