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위촉장을 받고 있는 방귀희 대통령문화특별보좌관.

‘장애인 특보’ 꼬리표 붙지 않기 위해 현장 꼭 다녀
장애인 공직 발탁 길 여는 선구자 역할에 감사할 뿐

[천지일보=이길상 기자] 청와대는 지난 3월 방귀희 한국장애인문인협회장을 대통령문화특별보좌관에 임명했다. 대통령특별보좌관(대통령특보)은 대통령의 손과 발, 귀가 돼 대통령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중책이다. 그런 자리에 지체장애 1급의 중증장애를 가진 방귀희 회장이 특보로 임명된 것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비장애인도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대통령특보에 중증장애인이 발탁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사건이다. 장애인이라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대통령특보의 자리까지 오른 원동력은 무엇일까. 방귀희 특보를 만나 그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했다.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 중요”
대통령문화특보실에 도착하자 방귀희 특보가 해맑은 모습으로 반갑게 맞이했다. 사무실은 소박하고 깔끔했다. 사치나 권위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사무실은 생각보다 더웠다. 범국민적으로 시행하는 에너지절약운동 때문이다.

방귀희 특보는 한 살 때 소아마비로 두발과 왼손을 쓸 수 없게 된 지체장애 1급의 중증장애인이다. 하지만 그는 신을 원망하고 세상을 원망하는 대신 장애를 받아들였다. 장애는 물론 힘든 조건이고 불편한 것도 많지만, 방 특보는 불행하다고 생각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불평불만과 원망을 하지 않고 장애를 인정하고 극복하기 위해 살아왔다.

그 결과 동국대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이어 KBS 방송작가, 장애인문학지 ‘솟대문학’ 발행인 등을 역임하며 장애인들을 위한 방송활동과 사회활동을 해오면서 능력과 진정성을 인정받았다. 그가 장애를 딛고 특보가 되기까지는 부모의 영향은 물론이지만 스스로 포기하지 않은 정신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부모님은 저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격려를 하셨어요. 부모님은 저에게 ‘너는 사회에 폐를 끼치는 사람이 아니라 반드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큰일을 할 것이다’고 말이죠. 또한 포기하지 않고 온 힘을 기울인 것이 여기(특보)까지 오게 된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특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장애는 분명 걸림돌이 된다. 그렇지만 방 특보는 그 걸림돌을 제거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 방귀희 대통령문화특별보좌관.ⓒ천지일보(뉴스천지)

“저는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을 해왔어요. 솔직히 특보라는 직책은 조심스럽고 힘든 일이 많은 게 사실이에요. 장애 때문에 부딪히는 일도 있지요. 불편하다고 행사나 업무 현장에 다니지 않으면 ‘장애인 특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되지요. 장애인을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어떤 행사든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어요.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정말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장애가 불편은 해도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과 장애인들이 더 많은 공직에 발탁될 길을 여는 선구자 역할을 하기 위한 사명감이 방 특보를 강하게 이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대목이다.

◆“문화는 인생이다”
문화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왜냐하면 문화가 포함하고 있는 대상이나 내용이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귀희 특보는 문화를 어렵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 이유인즉슨 문화는 사람이 살아가는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방 특보는 문화를 ‘인생’ 곧 ‘삶’이라는 한 단어로 함축한다. 또한 문화를 ‘생각’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고 정의한다. 즉, 동서양의 문화가 다른 것은 그들의 삶과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화는 삶이요, 삶은 생각에서 나온다고 봐요. 그러므로 문화를 생각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우리의 생각이 우후죽순처럼 많은데 그것을 다듬고 정리를 잘 못했어요. 중구난방으로 서양 문화를 받아들여 우리 문화의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왔어요. 문화는 우리의 목표, 살 길을 마련해 주지요. 이제 더는 다른 것으로는 발전을 기대할 것이 없어요. 문화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할 거예요. 바로 문화는 생활이고 생명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죠.”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는 온다”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방 특보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준비돼 있지 않았다면 자신도 대통령특보의 자리에 앉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고백이다. 방 특보는 철저하게 준비를 하는 사람이다. 그는 특보를 마치고 해야 할 일을 미리 생각하고 있다.

“특보의 임기가 끝나면 교수를 할 생각이에요. 물론 특보 경험을 살려 다른 공직을 맡을 수도 있겠지요. 사회복지 박사과정을 마친 것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일이 었어요. 또 교수 활동을 마치면 동네 복지관에서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을 하며 즐겁게 살아갈 거예요.”

방 특보는 학창 시절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는 학교 다닐 때 선생님께서 “아는 사람 손들어 봐”라고 말하면 손이 불편해 잘 들지 못했다. 하지만 방 특보는 대답할 내용을 머리 속에 정리했다. 정답을 말하는 학생이 없으면 선생님은 방 특보에게 대답을 해보라고 하셨다. 방 특보는 선생님의 말씀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정리된 생각을 말했다.

“나는 시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방귀희는 없었을 거예요. 청와대 인사 담당자들이 ‘털어도 털어도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은 처음이다’라고 말한 것을 들었어요. 정직하고 깨끗하게 살려고 노력을 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조심하면서 미래를 위한 준비를 착실하게 하고 있어요.” 준비하는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음을 그는 강조했다.

방 특보는 지금 일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밝힐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그가 계획하는 그 일이 국가와 민족에게 행복과 평화를 안겨줄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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