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다. 박태환, 조준호에 이어 신아람까지 명백한 오심의 표적이 됐다. 선수들은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적게는 4년간, 많게는 그 이상의 세월을 피와 땀을 흘리며 노력을 한다. 그러한 노력이 올림픽에서의 오심 한 번으로 모두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조준호는 경기 후에 스스로 “큰 포인트를 내줬기 때문에 뒤바뀐 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했으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박태환과 신아람에 대한 오심은 한국민 전체에게 회한을 남겼다. 비록 번복이 됐지만 박태환이 실격 판정을 받은 것과 받지 않은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 종이 한 장 차이로 갈리는 세계 최고 선수들의 경기에서 정신적인 충격은 경기력에 직결한다. ‘실격 판정만 받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당연지사다.

특히 신아람의 ‘멈춰버린 1초’는 올림픽사에 두고두고 남을 만한 오심이다. 타이머는 1초에서 흐를 줄을 몰랐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말대로 1초가 저렇게 길다면 인간은 영생할 것이다. 개최국인 영국의 언론조차 이번 사건을 놓고 ‘이제 펜싱은 녹아버렸다’고 할 정도다. 명백하게 메달을 도둑맞은 것이다.

이번 사건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그 근저에는 스포츠 외교의 부재가 똬리를 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 여자핸드볼에 대한 심판의 오심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결승에서 한국여자핸드볼 대표팀은 덴마크를 압도했지만 폴란드 심판의 불리한 판정으로 다 잡은 경기를 놓쳤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핸드볼은 유럽 국가들이 전통적인 강세를 가진 탓에 세계핸드볼연맹은 유럽세가 지배하고 있다.

펜싱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펜싱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는 있지만, 유럽 입장에선 아직 변방이다. 이처럼 펜싱‧핸드볼 등에선 우리나라가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국내 협회를 욕할 수도 없다. 국내에서도 ‘찬밥’ 신세이다 보니 변변한 스포츠 외교력이 없는 게 당연하다.

답은 하나다. 비인기 종목도 활성화해야 한다. 물론,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전부 다 육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전망이 있는 종목만큼이라도 몇 개를 선정해 정부가 집중적으로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 이제 선수들의 실력만으로 되는 시대가 아니다. 인정하긴 싫지만, 그게 현실인 걸 어떻게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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